
[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공급 체계가 필수적이며 원전을 중심으로 한 기술중립적 무탄소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과 우재준 국회의원, 김소희 국회의원, 한국환경정책협의회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환경과 기업을 살리는 중장기 무탄소 에너지 전략’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조성봉 숭실대학교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종호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객원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고범규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원, 박상덕 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우재준 의원은 서면 축사를 통해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은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기술중립적 판단, 국내외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논의의 핵심은 어떤 전원을 더 많이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공급 구조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형건 교수는 AI 시대의 핵심 병목 요인으로 전력을 지목하며, 에너지 정책이 설비 목표보다 실현 가능한 시장 규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목표에 대해 “향후 4~5년 동안 역대 최고 연간 보급 실적의 약 3배 수준을 지속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비현실적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망 접속 제한과 동해안 지역 발전설비·송전망 간 불일치 사례를 언급하며 “계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전원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송전망 확충 및 자원 적정성 관리 ▲전원믹스에 대한 시장 선택권 확대 ▲시간대·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직접 전력거래(PPA) 활성화 ▲LNG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안정 전원에 대한 기술중립적 계약 허용 등을 제시했다. 특히 원전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실적 교량 전원으로 LNG 활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명확한 전환 일정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한 이종호 교수는 한국 전력정책이 독립계통이라는 국가적 특성과 미래 전력수요 증가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발전원 간 비교는 단순 발전단가가 아니라 저장장치와 계통 보강 비용 등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2050년 전원믹스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원전 비중 50%, 재생에너지 비중 30%인 경우 전력요금 상승폭은 현재 대비 약 35% 수준인 반면, 원전 30%, 재생에너지 50% 시나리오에서는 약 8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적정 원전 비중으로 35~50%를 제안하면서 ▲중장기 국가에너지계획의 법적 체계 복원 ▲비용 시나리오 기반 전원믹스 설계 ▲독립계통에 적합한 무탄소 전원믹스 구축 ▲전력수급기본계획 중심 정책의 한계 보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환경 보호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전원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안정성, 경제성, 공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무탄소 전원 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범규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장기간 급감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6~1997년 유럽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의 평균 이용률이 11%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 55일간 지속됐고 독일에서는 약 106일까지 이어졌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러한 위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상풍력의 생애주기 발전량은 원전의 10~15% 수준에 불과한 반면 건설 비용은 약 두 배에 달한다며 “무탄소 전원의 중심축은 원전이 담당하고 재생에너지가 이를 보완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박상덕 전 원장은 현재의 ‘에너지 전환’ 개념을 ‘무탄소 전환’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할수록 송전망과 저장장치, 예비력 확보 등 간헐성 보완을 위한 통합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며 “정책 판단 기준 역시 단순 발전단가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 비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을 무탄소 전원믹스의 핵심 축으로 50% 수준까지 유지하면서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등을 기술중립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 부문의 열에너지 탄소중립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철 명예교수는 국내 수력발전 확대 방안으로 강원도 도암댐 수력발전 재개를 제안했다. 그는 “수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단시간 내 전력 생산이 가능한 비상 전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국내 발전 비중은 약 2% 수준에 불과하다”며 “20년 넘게 가동이 중단된 도암댐의 수질이 크게 개선된 만큼 온실가스 감축과 영동지역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 재가동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환경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비용 효율적인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설비 확대 목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와 기술중립성을 기반으로 한 중장기 에너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