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5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에게 ‘수첩’을 전달했다.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기술원장이 박원순 야권 후보에게 지원을 약속하며 편지를 한 통 전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지난 13일 간의 공식선거운동기간 동안 총 8일을 서울에 머물며 시민들과 만난 내용들을 매일 직접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근혜, 수첩=신뢰정치 ‘상징’ 이날 나 후보의 선거캠프를 찾은 박 전 대표는 “시간이 좀 되나요”라면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는 A5 크기의 수첩을 한 장 한 장 만지면서 버스노선, 보육, 노숙인 문제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이른바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에게 수첩을 건넨 것은 ‘책임정치’를 실현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정치에서 신뢰와 책임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아 왔다. 그가 자신이 청취한 민심을 전달한 것은 나 후보에게 ‘신뢰정치’를 복원해 달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시장이 되면 대표가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 이야기한 것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일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책임 정치,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책임있는 정치, 정책이 성과로 이어지는 정치가 되려면 정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경원 후보가 이번에 꼭 당선되기를 기원한다”고 힘을 보탰다. “정당정치는 민주주의 실현에 굉장히 중요한 뿌리”라며 무소속인 야권의 박원순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 전 대표는 또 “정치가 그동안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많이 자성해야 한다. 선거 때 떠들썩하게 약속을 많이 했다가 불신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건넨 수첩이 ‘책임 정치’를 상징하고 있음을 밝힌 대목이기도 하다. ◆ 안철수, 대선 출마 염두한 ‘메시지’ 안 원장은 24일 박 후보의 사무실을 찾아 A4 두장 분량의 편지를 전달했다.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안 원장은 ‘변화’, ‘새로운 시대’, ‘미래’, ‘바꿈’, ‘전환점’이란 용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Change(변화)’를 대표 슬로건으로 사용했다는 점과 유사하다. 이 편지가 대선출마를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편지 정치를 펼친 적이 있다. 당초 박 후보의 캠프 측에서도 안 원장이 ‘제3의 장소’에서 지지를 표명하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예상을 깨고 박 후보의 종로구 안국동 선대위 사무소를 직접 찾았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의 편지는 "정치인 안철수"의 "첫번째 정치’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최유경 newdai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