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노무현)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도하고 나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친노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한명숙 신임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은 경쟁적으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15일 전대 직후 기자회견에서 “9명의 후보는 한미 FTA를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라고 판단하고, 한미 FTA를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한미 FTA는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라고 판단한다. 우리가 총선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16일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 한미 FTA에 대해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국민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협정 발효 중단을 요구해야 하고, 한중 FTA는 논의를 시작하지 말고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신 계승과 한미 FTA 폐기 ‘딜레마’ 입만 열면 ‘노무현 정신 계승’을 주문처럼 외우는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앞 다퉈 깔아뭉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 FTA 폐기를 강하게 주장하는 친노세력과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한미 FTA는 불평등한 조약이고 경제주권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매국행위’라고 주장한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반드시 없애야 할 독소조항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 야권이 매국행위라고 주장하는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때 타결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동차 분야 등에 대한 일부 양보가 있긴 했지만, 한미 FTA의 본질적인 내용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꼭 필요한 것’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180도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세력과 민주당이 한미 FTA 폐기 목소리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로 ‘야권연대’를 꼽는다. 당장 오는 4월 열리는 총선과 연말에 치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야 승산이 있다고 믿는 민주당 입장에서 ‘한미 FTA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찬성할 수 없는’ 통합진보당 등 극좌정당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명숙, 盧정부 총리 시절엔 “한미 FTA, 우리 경제 발전 핵심과제”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총리 시절 수차례에 걸쳐 한미 FTA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동분서주 한 바 있어 ‘말 바꾸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빅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대표는 총리 시절인 지난 2007년 1월 2일 정부 시무식에서 한미 FTA와 관련,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넓히는 일에도 힘을 쏟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또 1월 30일 열린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들과의 오찬에서는 “양국 정부 모두 협정 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특히 양국 기업인들의 바람이 절실한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한 대표는 2월 5일 임시국회 연설과 2월 20일 국무회의, 그리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한미 FTA는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체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과제다”, “개방한 나라가 성공한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문을 열지 않고 성공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며 한미 FTA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는 그해 4월 2일 한미 FTA가 타결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균형외교, 실리외교의 결실”이라고 평가하며 “개방은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이며 이번 협상 타결은 그 시작일 뿐”이라고 거듭 한미 FTA가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한 대표 외에도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진표 원내대표, 천정배 전 최고위원, 이용섭 전 대변인, 그리고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수많은 야권 지도부 인사들이 참여정부 당시 직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에 앞장서다 이제와 ‘딴 소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엄병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