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시되고 있는 공약들은 초·중·고생 무상급식을 비롯해 유치원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등이다. 사병들에게 4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거나 청년고용의무 할당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약속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앞다투어 쏟아낸 큼직한 사회복지 및 보건분야 관련 공약만 해도 벌써 60~70건에 이른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칠 조짐도 아니다. 당장은 잔칫집 분위기일지 몰라도 평생 맞춤형 복지국가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복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비빌 언덕도 없이 정책만 쏟아내서는 국가재정만 거덜 낸 채 모두가 길거리로 나앉는 불행한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최대의 복지를 약속한 공약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면 앞으로 5년간 무려 340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추산이고 보면 기대감보다는 실현성에 대한 의구심이 앞서기 마련이다. 아무리 줄여 잡아도 22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니, ‘선심 공약’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 예산이 326조원 규모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아도 금방 드러나는 사실이다. 따라서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려 뚝딱뚝딱 돈다발을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이 못된다면 나라 살림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게 뻔하다. 당장은 잔칫집 분위기일지 몰라도 그 부메랑으로 정부가 꼬박 맨손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과거의 선심성 예산집행으로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처럼 무리한 공약 경쟁에 대한 공개 점검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당연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여당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오죽하면 정부가 그렇게 대응해야 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기 내부에서 제동을 걸지 못해 초래된 자업자득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저축은행 피해자들에 대한 예금자보호 범위를 확대해 5000만원 초과 부분에 대해서도 구제해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선심정책으로 법치주의의 뿌리가 흔들리고 금융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전체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눈앞의 선거를 위해 정치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감만 부추겨 아무리 복지정책이 좋다고 하지만 재정공급 형편을 따져가며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거기에도 엄연히 한계가 있다. 자칫 무리한 과세로 기업 의욕을 해치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그나마의 세원도 없애 버릴 수 있다는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복지공약 경쟁이 이어진다면 결국은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간에 연쇄적인 ‘공약 부도’ 사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미 역대 선거마다 무리한 공약이 난무했고, 그러한 공약들로 인해 사회적 갈등만 야기됐던 경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정치인들에 대해 박수보다는 오히려 경계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리한 복지정책 공약의 남발은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감만 부추기게 되는 부작용도 낳게 된다. 국가가 나서서 모두 먹여주고, 재워주고, 교육을 시켜주겠다는데 누가 어렵게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 이처럼 선심 공약은 실현 가능성도 없으면서 사회 분위기만 흐려놓기 십상이다. 지금 여야 정당은 서로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허영섭(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