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판. 패거리 정치, 돈정치를 떠나서는 감히 상상을 못하는 정치판이다. 박근혜 후보 측의 민심은 뜨거운 민초들의 물결이었다. 그런 서포터즈들은 이 나라 정치판도를 완전 뒤바꿔놓았다. 그러나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실상 온갖 불법, 탈법으로 대통령 후보직을 거머쥔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불공정 경선 자체도 승복한 박근혜 전 대표는 또다시 거칠고 메마른 광야에서 5년을 기다리게 됐다. 다시 2012년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진영에서는 4년전의 실패의 요인을 찾아야 된다. 필자가 직접 겪은 2007년 경선을 회고해 보면 대선 전쟁에서 실패한 첫 번 째 요인은 박근혜 캠프의 사람들이 제공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변신하기 위해 홍준표 전 의원이 주도해 당 경선을 포함한 혁신안을 내놓았다. 그 혁신안도 구렁텅이에 빠진 당을 살린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분명히 불리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으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등장하면서 한나라당은 갑자기 대세가 이명박 후보로 급격히 쏠렸고 혁신안은 단 제정한 뒤 단 한차례도 시행해 보지 못하고 친이계의 무차별 공세에 휘말리면서 누더기가 되고 변질되어갔다. 오죽했으면 박 전 대표가 “2,000표를 그냥 줄테니까 한번 정한 법을 지키자”며 극적 타협을 모색했지만 권력의 맛에 굶주린 친이계들은 힘으로 밀어부쳐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시켰고 한나라당을 마구 유린했다. 당시 이재오는 친이계의 좌장이었고 김무성은 친박의 좌장을 맡았다. 이재오는 백전노장답게 전투에 능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싸움꾼이었다. 그러나 김무성은 피비린나는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는 점잖은 선비였다. 최선과 최고의 방어는 공격인데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창으로 수없이 찌르면 방패는 결국 뚫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재오는 직접 자파의원들을 규합해 BBK, 도곡동땅 문제에 대해 국민의 눈과 귀를 교란시켰고 경선룰도 불리하다싶으면 자기 입맛에 맞게 변경시켜 나갔다. 친박쪽에서는 마치 귀신이 홀리기라도 한 듯 이상하고 허무할 만큼 대책없이 친이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하고 말았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올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친박 지지단체에서 뜻있는 동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250명이 모여 현 비상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한나라당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때 박근혜 캠프에서 긴급전화가 들어와 ‘박 전 대표가 단식농성, 시위같은 것은 안 좋아하니까 모두 철수하라고 했다’며 압력을 넣었다. 그때 시위를 주도하고 있던 필자는 그 전화를 받고 “우리가 언제 박 전 대표 지시받고 여기 온 줄 아느냐? 울분에 싸여있던 민초들이 잘못된 경선룰을 바로잡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이다. 들어올 때는 필자의 얘기 듣고 왔지만 나갈 때는 필자얘기를 들을 사람이 없다. 앞으로 오라가라 하지마라” 하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
친박진영에서 경선을 대응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 제주도 첫 경선 때부터 친이계가 경선정국을 주도해 가는 분위기였다. 필자를 비롯 일부 친박 지지자들이 제주경선에서 “친박의 선거운동을 교묘하게 방해하면서 친이쪽에서는 무법천지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이명박캠프의 나경원 대변인은 “친박쪽에서 전문 선거꾼들을 제주 경선장에 투입시켰다”며 적반하장격 논평을 내놓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친박캠프에서는 이런 문제를 조직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사람도 없었고 위기의식에 대처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경선기간 내내 박 전 대표만 홀홀단신으로 총과 칼을 들고 어떤 때는 방패도 직접 들고 경선에 임하고 있었고 정작 움직여야 할 박근혜캠프는 박 대표 뒤에 숨어버린 모양새였다. 서울에서 마지막 경선유세가 끝나고 돌아오던 중 박근혜캠프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는데 ‘그동안 이명박캠프에서 경선기간 내에 행한 모든 불법비리를 까발리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때 성명서는 캠프에서 작성을 하고 성명서 낭독을 이 필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런 임무지명을 받고 필자는 밤새워가면서 그동안 일어난 친이계의 만행을 일일이 점검했다. 다음날 아침 첫 열차로 상경해 캠프로 들어서는 순간 한 친박의 핵심인사가 ‘오늘행사는 취소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려 했던 것이 물거품으로 변한 것이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비마다 박 전 대표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친박캠프의 움직임은 아주 비협조적이었고 친박지지자들의 항의나 시위 같은 것도 모두 박 전 대표가 싫어할 것이라며 사전에 차단하는 등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해 온 것이다. 옛말에도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 지난 2007년 경선을 회고해 보면 ‘때리는 친이보다 무조건 뜯어말리는 친박이 더 미울 때가 많았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이제 2012년 12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도 보면 친박인사를 보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만 앞세워 전리품만 취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 수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박인사들이 피를 흘리고 뼈가 부셔지고 죽도록 뛰어다니면서 박근혜 브랜드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국민은 그 처절하고 치열한 싸움에서 이기는 진정한 강자를 원하고 격랑을 헤치고 살아나온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 그렇게 할 때 국민들도 “나라를 맡겨도 되겠구나” 하고 신뢰하고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다. 그간 경선과정을 지켜본 결과, 마치 물과 기름처럼 친박인사들과 일반 민초들과의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었고 상호 필요한 정보나 공감대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할 경선캠프가 곧 구성될 것 같다. 지난날의 미비한 점을 철저히 보완하고 수많은 친박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캠프에서 차단할 게 아니라 박 전 대표에게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인(人)의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큰 정치를 위한 가장 큰 자산은 바로 국민들이고 민초들이다. 국민들은 박 전 대표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면 원칙과 신뢰의 정치, 정도정치를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위대한 박근혜정부수립이라는 중차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 대열에 동참하여 같이 기뻐하고 같이 보람을 나누기 위해서는 캠프 인사들도 분골쇄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수많은 친박지지자들도 옥쇄한다는 각오로 뛰어다녀야 한다. 2012년 경선과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만큼 조바심을 느낀 친이들의 교활하고 악랄한 정치공세가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친박인사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또다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도둑질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경고하고자 한다.<여동활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