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영웅 ‘로버트 김과 백동일’

  • 등록 2012.06.23 07: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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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김과 백동일의 감격의 해후 
로버트 김(미국 해군성 근무)과 백동일(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 이들은 총칼을 들고 적을 향해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조국애를 실천한 영웅들이었다.

두 사람은 장래가 보장된 전도유망한 인재였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본 조국의 안보현실은 너무나 암담했다. 북괴 잠수함이 제집 드나들 듯이 활보를 했지만 대한민국은 눈감은 장님이었다, 대북 정보취득능력이 전무했던 시절 두 사람은 조국을 위한다는 명분에 의기투합했다.

백동일 해군무관의 간곡한 요청에 로버트 김은 더 큰 조국애를 발휘하다 결국 FBI에게 발각되었다. 로버트 김은 미국국민이었고 백동일 대령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로버트 김, 그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시민이 되기 위해 성조기 앞에서 굳게 선서를 한사람이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최첨단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정보요원으로서 극비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벌이 가해질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 미국을 배신한 것이다. 미국보다 더 큰 조국애...자신이 태어난 고국을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임무를 부여받고 파견된 한 젊은 무관의 요청에 기꺼이 보장된 미래를 접고 조국의 제단에 몸과 영혼을 기꺼이 바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생애를 바쳐 얻은 것은 스파이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것 밖에 없고, 남은 것은 장기복역중에 생긴 건강이상으로 더 이상 자유로이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피곤한 육신뿐이었다.

태어난 조국에서 버림받고 살아온 조국에서도 버림받았다. 그는 미국도 대한민국도 그가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안식처는 아니었다. 조국을 너무나 흠모한 죄값이라면 그것마저도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인가?

백동일 예비역대령, 그는 항상 죄책감에서 살고 있다. 젊은 날 그는 대한민국 군대에서도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그 특수부대의 부대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그는 또 다른 조국애를 안고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일생을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으로 하늘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로버트 김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에 치명적 손상을 안겨준 당사자가 된 것이다.

‘당신을 낳아 준 그 조국이 당신을 끝까지 지켜 줄 것’이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로버트 김은 이국 땅에서 쌓아온 모든 부귀영화를 접고 육신과 영혼을 불살랐고 종국에는 감옥으로 가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국의 명예와 신임을 안고 조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외교관의 일거수일투족의 행위는 그 나라의 얼굴이자 상징성을 부여받는 나라를 대표하는 신분이다.

그런고로 그들의 행위는 곧 국가를 위한 것이고 그들이 속한 조국을 위해 한 일이다. 일신상의 영예나 개인의 영달을 위한 행위를 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젊은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조국애’를 실천한 사람일 뿐이다.

지구상에서 아주 작은 나라 대한민국. 힘없어서 항상 침략만 받아온 대한민국. 지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수많은 애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있었던가?

그 고귀한 희생이 없었던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름모를 전장에서 장렬히 산화한 대한민국 군인들이었고 조국을 위해 살다 조국을 위해 죽었다. 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성장한 모든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예를 올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로버트 김과 백동일. 그들은 총칼을 든 용사로서가 아니라 정보를 통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켜진 조국은 이제 그들을 잊으라 한다. 쉴 곳도 누울 곳도 마련해 주지 않고 그저 잊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잊혀지고 있는 두 영웅은 이제 생애 마지막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여우도 죽기 전에 고향 하늘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고 했던가?’ 로버트 김은 오는 5월 30일 마지막 방한이 될지도 모를 한국행을 결심했다.

아름다운 조국애를 실천한 두 영웅의 만남에서 우리는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조국을 너무나 흠모했던 한 남자의 뜨거운 눈물과 조국을 너무나 사랑했던 또다른 남자의 피맺힌 눈물을...
여동활 칼럼니스트 기자 soc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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