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의원, 결국 사과할 것을!

  • 등록 2012.08.09 17: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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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저급한 언어구사는 자멸을 재촉한다

정치인들은 대개 구설수로 인해 정치생명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경우가 많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은 사실 도청을 한 사건 자체보다 그 사실을 감추려는 거짓말 때문에 탄핵을 당했고 우리나라의 정치사에도 그 비슷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무현은 잦은 말실수로 인해 허구한 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4.19 때 이기붕은 말 한마디가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질러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자행된 부정선거로 인해 규탄 시위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기붕은 공권력 뒤에 숨어 사태를 방관했다. 결국 경무대 앞까지 진출했던 시위대는 경찰의 발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그날 저녁, 사상자가 생긴데 대해 질문한 기자들을 향해 이기붕은 ‘총은 쏘라고 만든 것이다.’ 라고 답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다음날부터 시위는 더욱 격해지고 결국 이기붕 일가는 경무대 외딴 방에서 일가족 자살로 그 비극의 종말을 맞았다.

엊그제 이종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그년’으로 지칭, 비난의 표적이 됐다. 처음 이의원은 그 사실을 두고 나름 많은 생각을 했었다는 말로 덮으려 했었으나 말썽이 커지자 어두운 차안에서 트윗터를 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변명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실수를 인지하고도 그냥 놔두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을 또 바꿨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했지만 실수가 아니었고 따라서 바로 잡을 생각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그년’ 이라는 표현도 약하다는 분이 많더라! 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켰다. 일이 그쯤 되자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규탄 성명을 냈고 국회윤리위에 제소까지 하는 사태로 번졌다. 일반 국민들까지 규탄에 합세하자 결국 사과 성명을 낼 수밖에 없었다.

답답하고 참담한 일이다. 명색이 수만 내지 수십만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품위 있는 언어 구사는 기본이다. 대선을 앞두고 난공불락으로 버티고 있는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미워도 좀 더 순화된 언어와 세련된 방법으로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종걸 의원은 최하질의 공격방법을 쓴 것도 모자라 사건에 대한 입장 또한 몇 번씩이나 바꾸어 자신을 줏대 없고 뱃장도 없는 시정잡배 수준의 정치인으로 전락시켰다. 그 막말이 나꼼수 수준의 철부지들을 매료시켰는지는 몰라도 그 상욕이 시사한 것은 운동권 출신 이종걸 의원의 한계를 드러낸 것뿐이다.

그리고 수습 과정도 현명하지 못했다. 실수를 발견했을 때 곧 바로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더라면 한 두 시간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이다. 그런 것을 말 바꾸어가며 시간을 끌다가 자기 부모는 물론, 독립운동가 조상들까지 욕을 보이는 우매한 짓을 저질렀다.

이번 사태가 차기 총선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절대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차기 총선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당사자 박근혜 후보를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음으로 그 상욕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전 여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다.

며칠 사이에 호미로 막으면 될 것을 불도저까지 동원하는 미련의 극치를 본 느낌이다.
이종택(논설위원)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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