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전혀 없는 朴 대통령

  • 등록 2008.10.01 08: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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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에 대한 욕심 조금도 없는 분

 
박 대통령은 물욕이 없었고 하물며 재산에 대한 욕심은 조금도 없는 분으로, 이 사실은 서거 후 모든 국민이 실감하고 있는 바와 같다.

나는 그 많은 현장확인과 현장지도의 길에 항상 박 대통령을 자동차 또는 헬리콥터편으로 수행하였다. 아마 나만큼 민간인으로서 헬리콥터를 많이 탄 사람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헬리콥터 기상에서 여기저기 우뚝 솟은 아파트 단지, 아름다운 농촌 주택, 크고 작은 공장들과 대규모 다목적 댐과 방조제, 그리고 간척지 등을 내려다 보며 마치 대통령 자신의 아파트나 집과 공장들이 늘어나고 대통령 소유 농장의 구조물이 이것 저것 늘어나는 듯 기뻐했다. 박 대통령은 자기개인의 재산에는 하등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나라의 경제와 살림살이와 잘 되는 것만 바라고 또 기뻐했다.

나는 박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파리채를 기억한다.

박대통령이 살던 본관 2층과 집무하던 1층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전기를 아끼려는 뜻이었다. 선풍기는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그것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여름에 열기가 닥치면 박 대통령은 창문을 열었고 열린 문으로 파리가 날아들어 오곤 했는데 박 대통령은 파리를 잡기 위해 파리채를 휘두르곤 하였다.

2층 서쪽 구석에 있는 내방은 오후 내내 뜨거운 햇볕으로 달구어졌다. 땀이 많이 흘렀지만 대통령이 틀지 않는데 내가 선풍기를 돌릴 수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아침 저녁으로 밥을 먹을 때 꼭 30%는 보리를 섞었다. 지금처럼 건강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쌀을 아끼려고 혼식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점심은 멸치나 고깃국물에 만 기계국수였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와 나, 의전수석, 비서실장보좌관 등 본관 식구들은 똑같이 국수를 먹었다. 장관들도 청와대에서 회의를 하는 날이면 점심은 국수였다.

박 대통령은 솔선해서 국산품을 애용했는데 일상용품 중 넥타이,만년필,전기면도기 세 가지를 빼고는 양복,외투,내의,구두 등 모든 것을 국산품을 썼다. 세 가지 외제품 사용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넥타이는 매듭이 풀리지 않게 하는 납처리기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가 이를 도입하려면 비싼 로열티를 주어야 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대사들이 귀국해서 외국산 넥타이 2-3개씩을 선물하면 이를 주로 맸다. 만년필도 국산 빠이롯트회사를 적극 지원했으나 외국의 일류품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기면도기도 독일 브라운사의 명제품처럼 만들어보라고 했으나 국내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국산이 멋있게 성공한 경우도 있다. 두산산업이 ‘마주앙’이라는 상표로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를 생산해 냈을 때 박 대통령은 무척 기뻐했다.

하루는 포도주 생산국 출신으로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 신부와 수녀를 청와대로 초청해 시음회를 가졌다. 국산상표라는 것을 숨기고 외국산 일류 포도주와 비교해 보도록 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백마주앙은 세계 일류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으나 적마주앙은 좀 떨어진다‘고 품평했다. 그 후 박대통령은 국빈을 대접할 때 백포도주는 국산 마주앙을 썼다. 한편 한식을 대접할 때는 적포도주 대신 경주법주를 애용했다.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정렴)
뉴스 편집국 기자 soc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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