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보다 박연차가 핵폭탄?

  • 등록 2008.12.08 09: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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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 게이트"가 검찰 수사를 통해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힘없는 시골 노인네"에 불과하다던 그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그 대가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챙긴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아직도 노건평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검찰이 관련 증거나 자료를 확실히 제시할 때만,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할 뿐, 전체적으로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법원의 확정판결 이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건평씨는 과도한 여론재판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더라도 노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지라, 과연 그의 "모르쇠" 전략이 통할지 의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세종증권을 농협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증권매매 시세차익을 비롯한 수백억원 이상의 떡고물이 발생했고, 이 떡고물을 몇몇 사람이 고스란히 나눠먹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했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며, 이 핵심적 과정에 노건평씨는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만약 노씨가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면, 이 사건 주변에서 수백, 수십억원을 가로챈 인물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1등 공신"을 거래성사의 파생이익에서 배제시킨 셈이니까요. 대통령 형님을 상대로 사실상 사기를 친 셈인데,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그런 억지가 어디있겠습니까.

이번 사건의 흐름이 흥미를 더하는 대목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노건평 게이트"가 "박연차 게이트"로 발전하는 듯한 대목입니다. 박연차란 사람이 산사로 찾아가 발렌타인 30년을 마시면서, "구여권 386들중에서 내 돈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큰소리를 쳤다는 애기도 있습니다. 세종증권 매각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큰 돈을 챙긴 사람중에는 구정권 실세들이 상당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습니다.

"박연차 게이트"가 세간의 의혹대로 광범하게 진상이 규명된다면, 구여권 실세들은 줄줄이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할 운명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울러 박씨가 한나라당쪽에도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박연차게이트"는 요지경이 될 공산도 커 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쪽으로 발전할 지, 과연 어느 지점에서 매듭지어질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덕성"을 부르짖으며 권력을 거머쥐었던 세력들이 역대 정권의 악취심했던 부패상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어가는 시점임에도, "동생의 도리"를 내세워 침묵하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돌아보면, 노 전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법치주의 질서 차원에서 그다지 탓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가뜩이나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전직대통령의 도리"보다 "동생의 도리"를 먼저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더 진행되어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슈 필자는 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군상" 자체가 심히 역겹습니다.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현대사"를 바로 놓겠다던 사람들이, 정작 정의를 침몰시키고 기회주의자들에게 권력형 부패의 잔칫상을 안겼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또 허탈해 하게되는 오늘입니다.
뉴스 편집국 기자 soc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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