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개성공단 문제로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한국은 일본에 강하게 뒷통수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하고 삐걱대는 미묘한 시기에 일본정부는 우리나라에 사전 예고도 없이 이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고문을 지난 14~17일 북한에 특사로 보냈다. 북·일 수교 협상 재개 등과 관련한 사무적 협의를 위해 방북했다는 것은 실은 일본의 남포공단 진출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검은 속내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음이다.
마치 통일신라와 발해가 남북조시대를 이루던 시기 한민족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면서 왕래하던 과거 역사의 일본외교 특질과 비슷하다. 당시 발해와 일본은 선린외교관계를 펼치던 때로 최근의 북·일관계와 흡사하다 할 것이다.
이이지마 방북의 속내는 북·일수교 타교에 앞서 남포공단에 15~20억달러(1조 6400억원 ~ 2조2350억원)를 선투자 하겠다는 내용이란다. 물론 오는 7월 치러지는 일본의 참의원선거 전에 북한이 일본인 납치·핵·미사일 문제에 있어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주기로 한 모양이다. 이는 코이즈미의 2004년 방북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코이즈미의 방북 시에는 주로 납치문제와 핵미사일에 관한 정무적인 사안에 치중했지만, 이번 이이지마의 방북은 날로 퇴보하는 일본 전자산업의 기사회생을 꿈꾸는 마지막 기회잡기에 다름 아니다.
코이즈미 방북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은 이미 지난해 8월17일을 전후해 북·일 접촉을 시작했다하니, 매우 영악한 외교라 할 것이다. 말로는 한·미·일 공조를 외치면서 뒤로는 한국을 뒤로하고 일본경제 회생의 뒷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으로써는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정권 5년 내내 남북이 냉전시대 이상의 파열음을 내면서 비틀거리는 사이에도 일본은 줄곧 북한과 소곤거렸던 것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의 신의주공단 건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순전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북한은 동북아지역에 남은 마지막 양질의 저임금국가라 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개성공단을 활용해왔으나 일본이 남포에 공단을 짓고 20억 달러를 선투자하며, 북·일수교 수립 후 일제시대 피해에 대한 막대한 배상금까지 지급한다면, 우리로써는 눈 뜨고 당하게 될 것이다.
남북의 동포를 사이에 두고 일본이 벌이는 비밀스러운 북·일외교가 왠지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을 무시하고 비밀외교를 벌이는 일본의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발해와 통일신라의 남북조시대처럼 일본이 북한을 상대로 벌이는 마지막 경재회생을 위한 몸부림에 우리의 개성공단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악한 이웃 일본외교의 교활한 작전에 맞서 현명한 대책과 통일까지 염두 해두고 그리는 100년 대계의 밑그림을 시급히 그려야할 때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