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근 포항신활력플러스사업단장 -
대한민국 농업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 기후변화, 소비 트렌드 다변화로 생산·유통·소비 전과정이 바뀌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농식품 산업의 질적 성장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시행 예정인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은 생산 현장의 데이터·기술·가공·유통 혁신을 하나로 잇게 될 제도적 기반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산업법이 아니라, 농업이 식품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중요한 계기다.
농업이 중심이 되는 포항의 미래
포항은 철강과 바다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벼·과채·참깨·고추·미역·다시마·멸치와 같은 다양한 지역 농수산물을 품고 있다. 여기에 해송이 자라는 산지, 깨끗한 해양환경, 온화한 기후가 더해져, 사계절 제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청정한 농수산물이 ‘원물’ 단계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부가가치가 타 지역 가공·유통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포항 농업의 미래 전략은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를 지역에서 가공·브랜딩·수출까지 완결하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농업 중심 푸드테크 전략
첫째, 원료의 품질 표준화와 데이터 기반 재배
포항의 농가가 생산하는 쌀·과채·해조류·수산물에 대해 생산이력, 성분, 규격을 데이터화하고 표준을 맞추면, 가공·수출업체가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이는 ‘계약재배-가공-판매’의 안정적 구조로 이어져 농가 소득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향토 농산물의 가공·상품화 고도화
과메기, 대게, 물회가 대표 식품이지만, 벼·참깨·고추·다시마·멸치 등 다양한 원물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신할 기회가 충분하다.
HMR(간편조리식), 기능성 식품, 건강간식, 프리미엄 기념품 등으로 가공 범위를 넓히고, 부산물은 사료·비료·기능성 원료로 업사이클링해 버리는 것이 없다.
셋째, 농업인 주도형 가공기업과 협동조합 육성
중소농·청년농들이 주축이 되는 가공창업을 촉진해야 한다.
1~2차 가공시설을 함께 쓰는 공유형 HACCP 제조소, 저온·초저온 콜드체인 센터, 신선·가공품 실증키친을 포항에 집적하면 소규모 창업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넷째, 농업과 관광·외식의 직접 연결
포항의 농어촌 마을을 거점으로 농산물 수확체험, 전통음식 조리·가공 체험, 농어가 식탁 경험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이 지역 농산물을 ‘현장에서 먹고, 사 가게’ 만들자. 이런 농촌관광은 농가 부수입과 장기 소비층 확보에 효과적이다.
다섯째, 수출을 염두에 둔 원료·가공 설계
세계 시장에서는 원료의 안전성, 규격, 인증이 성패를 가른다.
할랄·비건·글루텐프리 인증, 해외 규격 라벨링, 친환경 포장 등을 사전 적용해 가공하면, 블루푸드(해양자원 중심 식품)와 농산물 제품 모두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진다.
농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농업과 농산물은 단순히 식품산업의 하부 구조가 아니라, 산업을 움직이는 ‘심장’이다. 품질 높은 원료가 있어야 가공과 유통, 수출이 가능하다.
포항이 철강·바다 산업과 함께 농업 기반 식품산업을 키운다면, 지역경제 구조는 더욱 안정되고 탄탄해질 것이다.
지금은 농업인이 기술·가공·마케팅의 주체가 되어야 할 때다. 농산물이 식탁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그 길에서, 포항은 농업 중심의 푸드테크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바로 포항 농업인의 땀과 논·밭·바다에서 자란 소중한 마중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