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선 의원(국민의힘, 대구 수성구을)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8월까지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286개 기업 가운데 56개사(약 20%)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제재 이력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실적은 같은 기간 3조 3,339억 원으로, 전체 히든챔피언 지원 14조 7,750억 원의 22.6%를 차지했다.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제도는 2009년 도입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발굴·육성한다는 취지로 운용되고 있다. 선정 시 최대 1%포인트 금리 우대, 대출 한도 확대 등 각종 금융 혜택이 제공된다. 그러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경고 등의 제재를 받았던 기업 상당수가 ‘국가 인증 우량기업’ 타이틀로 혜택을 누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도의 취지와 운영 정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인선 의원은 “성실하게 거래질서를 지켜온 기업은 역차별을 받고, 불공정 거래로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국가 인증’ 이름으로 지원받는 현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책은행이 공정경제 확립은커녕 불공정 기업을 육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잠재력과 성실성을 겸비한 기업에게 지원이 집중되도록 즉시 제도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도 공정위 제재 이력이 있는 기업 다수가 히든챔피언으로 포함돼 논란이 있었으나, 이후 별다른 개선 없이 유사 사례가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와 정책·금융당국 일각에선 선정·유지·사후관리 전 과정에서의 ‘공정성 필터’를 강화하고, 공정위 제재 이력의 반영 방식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정 단계에서의 제재 이력 가점·감점 또는 결격사유화, ▲사후관리 시 제재 발생 시점의 우대혜택 일시 중단·환수 규정 도입, ▲공정위·국책은행 간 상시 정보연계 체계 마련 등을 개선 과제로 꼽는다. 또한 ‘불공정 리스크’가 낮은 기업에 우선 배분하는 차등 금리·한도 체계와, 제재 이력 보유 기업에 대한 재발 방지 이행조건(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내부통제 강화 계획 등) 부과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수출입은행은 2009년 이후 히든챔피언 제도를 통해 수출 기반 확대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수치가 보여주듯 ‘정책 목적’과 ‘공정성 기준’ 사이의 균형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제·금융 지원이 결합되는 정책금융의 특성상 국민적 정당성 확보가 핵심인 만큼, 선정 투명성 제고와 사후공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