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강민경기자] “봉평을 찾는 이유는 진짜 메밀을 먹고 싶은데 있지 않을까? 평창군의 대표음식인 메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지난 2002년 정직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100% 순메밀 음식을 드려도 ‘이것이 진짜 메밀이야?’라고 따지는 손님이 많았다. 그래서 일반 음식처럼 공장에서 파는 메밀가루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손님들도 메밀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100% 메밀을 사용하게 되었다”
휴가철을 맞아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원장 최재용)은 스토리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맛집 베스트 10’을 선정, 그 첫번째로 ‘초가집 옛골’을 소개했다.
초가집 옛골(http://www.yetgol.net)의 김윤희 대표의 메밀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김 대표는 친정 엄마가 강릉에서 막국수 집을 경영했기 때문에 엄마가 메밀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디자이너로 일 하다가 이 일을 하면서 엄마가 오셔서 다시 가르쳐 주고 언니가 주방을 맡아주면서 초가집 옛골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가집 옛골에서는 모든 음식을 100% 순메밀만 사용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0% 순메밀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반죽과 삶는 것에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쉽게 100% 순메밀을 못 쓰는 이유는 60-70% 밀가루에 메밀 30-40% 정도 들어가야 반죽이 쉽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메밀과 밀가루의 가격차가 많기 때문에 선 듯 모든 음식을 순메밀로 사용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평창군의 대표 이미지가 메밀이다. 원가 계산에서 이익이 남기 어렵지만 주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수 있다. 좋은 재료로 8000원이란 가격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순메밀만 전문으로 하는 집은 봉평에서도 몇 안 된다.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은 특히 100%를 찾기 때문에 너무 좋아하신다. 그런 보람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을 100% 순메밀로 하는 집은 전국에서도 유일하지 않나 싶다”라며 은근히 대단한 자부심을 내비친다.
실제로 메뉴판의 순메밀이라 쓴 곳에는 ‘순메밀 100% 국내산’, 순메밀묵사발과 순메밀싹묵무침에는 ‘통메밀 100% 국내산’이라 적혀 있다. 메밀에 전분을 섞으면 윤기도 나고 끈기도 있지만 순메밀을 쓸 수밖에 없단다. 메밀 100%라 끈기가 부족할 수 있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순메밀을 찾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묵, 부침, 전병은 직접 메밀을 가공해서 사용한다. 김 대표는 작년 축제 때 메밀 2톤을 사서 직접 묵을 쓰기 때문에 가짜라고 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순메밀을 찾고 찾다가 먹어보고 좋아할 때 제일 기쁘다는 김 대표. 그래도 속상할 때가 있다. “이거 가짜야”할 때이다. 김 대표는 “손님께 처음부터 100%를 사용하는 요리 과정을 오픈해 순메밀 100%임을 입증받기도 한다. 그렇게 불만을 했다가 고객이 되신 분들도 있다. 그리고 손님의 입맛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100% 순메밀을 싫어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다른 곳으로 안내해 드리기도 한다. 비록 이곳이 시골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데는 자기 철학이 있어야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고 늦더라도 고집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밀부침과 전병은 껍질을 빼고 메밀쌀을 불려 갈아서 30-40분 놔뒀다 사용한다. 그러면 끈기가 있다. 불을 아주 약하게 해서 천천히 구우면 순메밀로도 전병을 구울 수 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순메밀로 부침과 전병을 만들어 낸 비결이다.
“메밀이 아무리 비싸도 국수는 국수이기 때문에 2만원을 받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메밀국수는 8,000원으로 결정했다”며 많은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순메밀 음식을 만든다는 고집스런 자부심에 먹는 이의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한 김 대표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육수는 야채육수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소스는 야채, 과일 등 자연식을 많이 사용한다. 젊은 층은 야채를 가미해 양념장으로 맛을 낸 순메밀싹묵무침을 좋아한단다. 시대에 따라 입맛이 바뀌기 때문에 메밀을 이용한 퓨전음식으로 야채를 싸서 먹게 한다. 새콤달콤한 양념의 맛이 더위에 지친 입맛을 상큼하게 돋우어준다. 이 묵무침을 부침으로 쌈을 싸서 먹으면 상큼함에 부침의 부드러운 맛까지 어우러져 그만이다.
옛골에서 메밀음식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수육이다. 수육은 1등급 국내산 돼지만을 사용한다. 이 수육을 그냥 양념장을 찍어 먹는 일반 수육이 아니라 명태회를 싸서 먹는다. 수육은 생고기에 한약재를 넣어 오랜 시간 삶아낸다.
그녀는 “수육을 만들기 위해서 고기도 숱하게 많이 버렸다. 원하는 수육 맛을 찾기 위해서다. 수육은 그날그날 당일 것만을 손님상에 올린다. 전날 남은 것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수육은 삶는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고 당일 것만 사용하기 때문에 예약제로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짜 메일 국수가 좋아서 메밀을 한다. 메밀은 고소하고 개운하고 건강에 좋기 때문에 더 좋단다. 메밀을 매일 하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엄마로부터 먹고 자라서 인지 메밀이 당겨 다른 곳을 가도 메밀국수를 시켜먹는다는 메밀 마니아이다. 메밀은 2-3 모작도 가능하다. 농약을 하나도 안 쳐도 잘 자라고 45일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봉평의 메밀수확이 매출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부족한 양은 제주도, 함평 등지에서 들여오기도 한다.
옛골이 순수한 우리 향토 음식이상으로 정겨운 것은 소나무, 낙엽송을 남편이 직접 깎아서 기둥을 세운 초가집이기 때문이다. 흙을 직접 이겨 만들었기 때문에 가끔 흙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 흙집은 여러 사람이 들어와 음식을 끓여도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다.
초가집을 유지하는 번거로움이라면 1년에 한 번씩 지붕을 올리는 것이다. 작가가 찾아간 이 날도 다음날 지붕을 얹기 위해 분주하다. 시골에 온다는 것은 고향을 생각하고 향수에 젖어 오기 때문에 전통의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봉평이 이효석 생가가 있는 문화마을이라 초창기에는 옛골 주변의 식당들이 초가집을 따라 짓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곳 옛골만 초가로 남아있다.
봉평의 중심부 길 모퉁이에 있는 초가집 옛골. 아직도 초가집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김 대표의 순메밀 사랑도 이와 같으리라 쉬이 짐작된다. 모쪼록 김 대표의 메밀 한정식에 대한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언제 이곳을 찾아도 “저희 집의 모든 음식은 순메밀 100%입니다”라는 김 대표의 자신감 넘친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