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신종철, 이하 진흥원)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만화자료를 수집, 보존하기 위해 지난 3월, 경매를 통해 한국 최초의 로봇 만화로 알려진 최상권 작가의 <인조인간>을 수집했다.
진흥원이 구입한 <인조인간> 제2권은 1952년 4월 향의문화사에서 발간한 18쪽짜리만화책으로 발간일 부분은 훼손되어 확인이 어렵다. 앞뒤 표지는 컬러로 인쇄되었고 세로 12.3cm, 가로 18cm의 가로형 만화책이다. 만화 칸마다 세로 순으로 번호가 적혀있고 제2권은 67칸부터 120칸까지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주인공 철수와 영이가 굉장한 위력을 가진 탑승형 거대로봇 인조인간을 조종해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이다. 제2권 도입부에서는 잘못 조종된 인조인간이 도시를 파괴하지만 탈출에 성공하여 인조인간의 조종대를 다시 잡은 철수와 영이에 의해 도시의 재건을 돕고 사람들을 살린다. 인조인간의 설계자는 제2권에서 언급되는 송박사일 것으로 추측된다.
최초의 로봇 만화를 1952년 4월에 탄생한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최상권 작가의 <인조인간> 제2권이 1952년 4월에 발행되었기에 제1권은 이보다 앞선다. 물론 인간형 로봇과 탑승형 거대로봇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로봇 만화의 역사가 일본보다 늦지 않았음이 확인된다.
또한 탑승형 거대로봇은 1972년 일본의 <마징가 제트>와 1976년 한국의 <로봇 태권브이>가 대표적인데 <인조인간>이 이보다 무려 20년 앞서 출판되었기에 한일 양국 최초의 탑승형 거대로봇으로 만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최상권 작가는 같은 해 9월, 한국 최초의 SF만화 <헨델 박사>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중이던 당시, 1,000년 뒤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지구단’과 ‘헨델 박사’의 싸움을 그리며 전쟁 한복판에서 선악의 대결과 선의 궁극적 승리를 그렸다. 총 3권으로 구성된 <헨델 박사> 또한 가로가 긴 좌철형식의 가로형 만화이고 9월 15일 일신사에서 발행하였다.
최상권 작가는 1940년대 말부터 단행본 만화를 창작한 우리만화의 1세대 작가로 현대만화사 초입 부분에서 고군분투했던 선구자였다. 1956년 《만화세계》에 <만리장성>을 연재할 때부터는 ‘문철’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였고, 한창 필명을 드날리던 48세에 타계하였다.
진흥원은 이 외에도 고상영 작가의 <그림동화 마술주머니>와 김용환 작가의 <푸른 해골>, 김경언 작가의 <칠성이 상등병>, 그리고 고우영 작가의 <첩보원 B2호> 원고 59장을 경매를 통해 수집했다.
육영문화사에서 1948년 12월에 발행한 고상영 작가의 <그림동화 마술주머니>는 당시 희귀했던 컬러 만화로 한마을에 사는 동명이인 ‘크라으스’의 일화를 그리고 있다. 말풍선이 아닌 그림동화 형식이며 총 14쪽으로 구성되었다. 작가 고상영은 고우영 작가의 큰 형이다.
김용환 작가의 <푸른 해골>은 남향문화사에서 1955년 3월에 발행되었다. 장편모험만화 <푸른 해골> 1~12회, 연재만화 <인조인간 시루바> 1~11회, <똘똘이> 1~2회, <코돌이> 1회가 총 98쪽에 걸쳐 수록되었다. 진흥원은 <인조인간 시루바> 4회 원고 1점을 소장하고 있다.
1959년 10월 동방문화사에서 발행한 김경언 작가의 <칠성이 상등병>은 1편 <칠성이 일등병>에 이어 상등병 칠성이가 6.25전쟁을 겪는 이야기이다. 3편 <칠성이 병장>으로 계속되며 진흥원은 <칠성이 유격대>, <칠성이 대위>를 소장하고 있다.
또한 고우영 작가가 1970년 2월 3일부터 3월 10일까지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첩보원 B2호> 육필원고 59장을 구입했다. 전체 원고 중 2장이 소실되었지만 고우영 작가의 유일한 <첩보원 B2호> 원고여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고우영 작가는 1969년 추동성이라는 필명으로 단행본 <첩보원 비이투호>를 발행하기도 했다.
진흥원이 수집한 위 자료들은 스캔작업이 완료되면 한국만화박물관 2층 디지털열람실 전용 PC에서 열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