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중앙선거관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해마다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 직원 해외연수를 시키는 가운데, 연수 대부분이 외유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해외출장보고서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출장보고서(2020 ~ 2024.06.)를 전수분석한 결과 전체 출장 중 ‘직원 역량강화 연수’(이하 ‘직원연수’) 프로그램 대부분이 외유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해외출장 72건 중 직원연수가 총 20건이었으며, 163명이 참여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에는 직원연수가 없었고, 2022년 7팀, 2023년 13팀이 해외를 다녀왔다. 보통 7박 8일 ~ 9박 10일 일정에 현지 기관 면담은 대부분 1~2곳에 머물렀다. 1개 팀은 현지 기관방문이 한 곳도 없었다.
단순히 현지 기관방문 수가 적은 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공식 일정에 없는 나라를 끼워 넣은 연수도 있었고, 국회의사당, 박물관 견학 등 사실상 관광을 마치 공식 일정인 것처럼 ‘연수 내용’이라는 제목으로 보고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지 기관 면담이 1~2곳에 불과한 연수의 경우 면담 기관 외에 박물관, 도서관, 국회의사당 등에서 제공하는 기관 투어 프로그램을 연수 실적으로 포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경우 보고서 내용에도 건축물에 대한 단순 정보나, 해당 기관 이용방법 등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 체코ㆍ헝가리 연수팀의 경우 공식 출장 국가에는 두 나라만 있었지만, 오스트리아를 통해 입출국했다. 이 팀은 8박 9일 일정 중 오스트리아에서 3일을 머물렀지만, 공식 일정은 없었다.
2022년 영국을 7박 8일 동안 방문한 연수팀은 도착 다음 날 스코틀랜드선거위원회를 방문한 이후 나머지 일정은 대영박물관, 웨스트민스터 사원, 옥스퍼드대학, 버킹엄 궁전 견학 일정으로 채웠다.
2023년 8박 9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연수를 다녀온 팀은 도착부터 출국 전날까지 현지 기관방문이 하나도 없었다. 이 팀은 출국 당일 빈 선거연구소 단 한 곳을 면담했다.
한편 직원연수 해외출장에는 2022년 2억 원, 23년 2억3,0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수준인 2억3,0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매년 10팀 안팎이 해외 직원연수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3팀이 다녀올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인데 선관위 측은 작년부터 해외출장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직원들의 호응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고서를 공개하기 이전 해외 직원연수가 외유성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관위 해외 직원연수는 보고서 공개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 「선관위 공무국외출장 규정」에 따르면 출장보고서 작성 후 대표 홈페이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나, 2023년 6월 이후 보고서 27건만 올라와 있다. 이 규정은 2015년에 제정했는데, 규정 제정 이후 10년 동안 단 27건만 공개한 것이다.
해외출장보고서는 직원연수 만이 아니라 모든 해외출장에 대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관위는 그동안 보고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 행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출장보고서를 올리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는 1996년 보고서부터 올라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선관위는 국정감사 등에서 해외출장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작년부터 출장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3년 6월 이전 출장보고서 공개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2018년 이전 자료는 보존기간 경과로 자료 자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영원히 파묻히게 되었다.
용혜인 의원은 “선관위 해외 직원연수가 대부분 유명 관광지를 따라 이동하는데, 규정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출장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곪을 대로 곪은 것 같다”며 “우선 공개하지 않은 출장보고서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선관위에는 각종 해외출장이 많은데 외유로 활용되는 직원연수 프로그램은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