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1소위원회(이하 1소위, 위원장 김용원)가 지난 1월 15일 이후 약 3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권력기관 관련 인권침해 사건 처리와 피해자 권리구제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소위원회별 회의 개최 현황’에 따르면, 1소위는 올해 들어 1월 15일 단 한 차례 회의를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회의 없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같은 기간 다른 소위원회들이 최소 2~5차례 회의를 열며 진정사건을 심의·의결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1소위는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비롯해 입법·사법부 관련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는 핵심 소위로, 해당 회의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총 178건의 진정사건이 처리되지 못한 채 적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1차례 회의에서 60~70건을 처리해 온 관행을 감안할 때, 향후 회의가 재개되더라도 현재 누적된 안건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 의도에 따라 회의 지연” 의혹도
현재 1소위는 김용원 상임위원(위원장), 한석훈·소라미 비상임위원 등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초에는 김종민 위원까지 포함된 4인 체제였으나, 지난해 12월 ‘대통령 방어권 보장’ 관련 안건을 공동 발의했던 김종민 위원이 사퇴하면서 3인이 모두 찬성해야만 의결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위원장 의도대로 안건 처리가 어려워지자, 김 위원장이 회의 자체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회의 미개최 전례가 있다.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회의를 열지 않아 316건의 안건이 지연 처리됐고, 2024년에도 7월부터 9월까지 회의 공백이 발생해 215건이 적체된 바 있다.
신장식 의원은 “소위원회의 의도적 미개최는 권리구제의 실질적 방해이며,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김용원 위원장이 회의 재개를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하며, 위원회 차원의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신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위원장 개인의 판단이나 위원 간 갈등으로 국민의 권리구제 절차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과 감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심의 회피’… 인권위 신뢰 추락 우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2조와 운영규칙 제23조에 따르면, 침해구제 제1소위는 권력기관 관련 인권침해 사건을 전담하는 심의·의결 기구로서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한 최전선에 위치한 기구다. 그러나 반복적인 회의 지연과 누적된 미처리 사건들은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진정인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다음 단계로 권리구제를 진행할 수 없으며, 이는 곧 국가기관이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피해자 권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차원의 ‘국가에 의한 침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소위의 정상화와 인권위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