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지난 18일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열린 한 초청 강연에서 박중훈 작가는 비교적 단순한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반성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압축돼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반성은 과거의 잘못을 통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위다. 반면 후회는 이미 지나간 일에 머무르며 스스로를 소모하는 감정이다.
이 구분은 단순한 개념의 차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향의 문제로 읽힌다. 우리는 흔히 후회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후회가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의 선택 기준이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지 않는 것이 맞고, 일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 것이 맞다”는 말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이다.
특히 “하고도 후회할 것 같고 안 해도 후회할 것 같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대목은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박 작가는 결과보다 선택의 책임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죽는 순간 이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했다. 이는 현재의 편의가 아닌, 삶 전체의 맥락에서 판단하려는 태도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과거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후회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감정에 휘둘린 결정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현대 사회는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중요한 결정일수록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말’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부정적인 말은 가족에게조차 신중해야 하며, 원하지 않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솔직함’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실제 관계에서는 말의 방향과 방식이 더 중요하다. 관계를 끊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의 강연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오히려 인간적인 고민과 시행착오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태어나더라도 더 열심히 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성공의 선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하나의 평가처럼 들렸다. 우리는 늘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현실의 선택은 대부분 ‘둘 다 틀리지 않은 선택지’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일지도 모른다. 후회에 머무르지 않고, 선택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 박중훈의 강연은 결국 그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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