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정당의 공천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특히 공천관리위원회는 그 책임의 중심에 서 있는 기구다. 누가 후보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은 곧 국민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을 남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유력 후보들을 배제하며 “대구시장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정치적 명분으로 보기 어렵다.
특정 선거를 앞두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제하는 결정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분명한 기준과 설득력 있는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그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왜 해당 인물들이 배제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컷오프는 단순한 배제가 아니다. 경쟁의 출발선 자체를 정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
장동혁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약속한 이후 곧바로 주요 후보를 배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공정성의 문제로 직결된다. 경선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경쟁을 제한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스스로 설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특정 인물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기준이었다면, 그것은 공천이 아니라 선택적 배제에 가깝다. 공천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과 이전에 과정이 납득 가능해야 한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이번 결정은 의문을 낳는다. 상대 진영에는 이미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무게를 갖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의 경우 대구 수성 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경험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지역 기반과 전국적 체급을 동시에 갖춘 후보와의 경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군을 스스로 축소하는 결정은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위험을 키우는 선택에 가깝다. 선거는 명분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이길 수 있는 구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좁히는 공천이라면, 그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일 수 있다.
결국 이번 공천의 핵심 쟁점은 하나다. 이번 컷오프는 과연 정당했는가. 정당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설명되지 않은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 국민의힘 공관위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정당이 스스로 경쟁의 폭을 좁히고, 그 과정에 대한 설명조차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그 선택을 신뢰하기 어렵다. 공천은 내부 절차가 아니라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흔들리는 순간, 선거의 출발선도 함께 흔들린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인선 문제가 아니다. 정당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고,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이렇게 귀결된다.
국민의힘 공관위의 이번 결정은 과연 대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가, 아니면 대구를 포기하는 결정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