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가는 여행 - 여수로 떠나는 동백꽃 여행

2008.01.03 22:04:14

 
전남 여수의 3월은 동백과 함께 시작된다. 바다를 향해 손 내밀고 있는 육지의 끝자락에 환하게 피어 있는 동백이 있기 때문이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 동백나무는 허세를 부리지도, 변하지도 않고 늘 그 모습 그대로 피고 진다. 그래서인지 꽃이 가진 꽃말도 ‘신중’이다. 유난히 반짝이는 푸른 잎이 겨울의 삭막함을 거둬주어 여행자들에게는 늘 반가운 나무다.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은 뭐니 뭐니 해도 붉은 꽃이다. 작은 봉우리가 터져 붉은 잎이 펼쳐지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노오란 꽃술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그러다 꽃이 질 때는 꽃송이째로 툭 떨어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꽃이 지고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동백뿐 아닐까 싶다.

여수는 ‘동백의 수도’라고 불러도 허세가 아닐 만큼 많은 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심은 방파제로 이어져 연륙도가 된 오동도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만나는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다.
 
신선바위 능선에서는 유림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쉽다. 길도 쉽지만 중간 중간 오래된 집터들이 있고 집 마당이었을 곳에는 어김없이 동백나무가 있어 심심치 않다. 이곳에서는 동백꽃뿐 아니라 야생수선화도 피어있다.

동백나무 아래 혹은 양지바른 빈 터에 뾰족뾰족 솟아오른 잎사귀 사이로 노랗고 투명한 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꽃들이 거문도 동백꽃 여행에 볼거리를 더한다. 영국인 묘지 가는 길가에 화사하게 피어난 유채꽃도 거문도 꽃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거문도행 여객선은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8시, 오후 1시 20분에 출발한다. 거문도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오전 8시 배를 타고 들어가 거문도에서 출발하는 오후 4시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이 좋다.

주차비는 1일 8천원. 여객선 요금은 편도 2만8천2백원이다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나무가 훨씬 많아 오동도 동백섬이라 부른다. 이 섬에는 오동나무와 동백나무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먼저 오동나무에 관한 전설이다. 고려 공민왕 때 신돈이 사람 인(人)자 아래 임금 왕(王)자를 사용하는 전라도에 봉황의 먹이가 되는 오동나무 열매가 많이 열리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길하게 생각한 신돈이 지세를 살피고 전라도의 전(全)자를 사람 인자가 아니라 들 입(入)자 아래 임금 왕(王)자가 있는 글자로 고쳐 써 임금이 들어가는 곳이란 뜻으로 하고, 봉황이 날아오지 못하도록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것이라 전해진다. 이때 대부분의 오동나무가 베어져 지금은 몇몇 그루만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설은 동백꽃에 관한 것으로 작은 섬 오동도에 들어와 살던 젊은 어부와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부가 고기잡이를 나간 새 도둑이 들어 어부의 아내를 탐하려 하자, 어부의 젊은 아내는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있는 바다로 달려가 치마를 쓰고 뛰어들었다는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부가 아내의 시신을 건져 무덤을 만들어주자 무덤가에서 피어난 것이 동백나무와 동굴 ‘신이대’라고. 때문에 동백꽃을 ‘여심화’라고도 부른다.

오동도의 동백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동도 입구 조각공원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올라가는 동안 좌우로 빼곡히 들어선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붉은 동백이 길손을 맞이한다. 오동도 등대를 둘러싼 동백나무 군락지는 가장 먼저 동백이 피는 곳이다. 특히 등대 입구 작은 간이 찻집 옆 쉼터에 앉으면 동백나무 잎사귀만한 동박새가 꽃을 찾아와 꿀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초록 깃털을 가진 동박새는 동백 이파리들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나무를 바라보면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나무가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이 보인다. 그때 나무가 흔들리는 곳을 바라보면 눈가에 선명하게 하얀 동그라미를 가진 동박새를 볼 수 있다. 동박새 관찰을 방해하는 것도 있다. 바로 직박구리. 어른 주먹만한 직박구리가 나타나면 동박새들은 그 나무를 떠나 다른 나무로 옮겨간다.

오동도 등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섬 아래로 내려서면 입구 광장에 가득한 조각들을 만난다.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익살스럽다.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휴게시설인 카멜리아와 오동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동도와 돌산대교, 가까운 섬들을 돌아볼 수 있다. 왼쪽으로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만일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라는 글이 적힌 비석이 있다. 오동도 입장료는 없다. 오동도 주차장에서 방파제를 건너 오동도까지 오가는 동백열차 이용료는 어른 5백원, 학생 4백원, 어린이 3백원이다. 주차 요금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30분당 5백원, 1일 주차 5천원이다.
한정민 기자 기자 soc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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