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끝없는 대화에서 나온다

  • 등록 2009.11.21 0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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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특집, 국민의 화합과 소통 위해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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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타임즈] ‘당신이 있어 우리는 참 행복합니다’ 사모하는 마음을 담은 형형색색의 플래카드가 펼쳐져 있다. 사람들은 한 손에는 꽃다발과 다른 손에는 책 ‘풀종다리의 노래’를 쥐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 인기가수 콘서트에나 볼 법한 풍경은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53) 성신여대 교수의 마지막 녹화장 풍경이다.

19일 오후 11시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는 손 교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43회 방송은 ‘손석희 특집’으로 꾸며졌고, 국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토론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평소보다 30분을 늘린 특별방송인 만큼 출연진도 화려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토론의 달인들이 자리를 빛냈다.

토론은 여느 때와는 달리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손석희 교수가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엠네스티에서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지적했다"고 말하자, 현 정부의 법치주의가 화두가 됐다.

박형준 "서민 서민행보 많다, 법치 원칙 확고"

박형준 수석이 "(장외투쟁이)제도적 법치라는 틀 속에서 모아질 필요가 있다"며 "그 (법)안에서 탄압하면 민주주의 후퇴지만, 원칙이 확고하다. 법 내에서 하는 것은 보장하고 그밖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여권 입장을 꺼냈다.

그러자 야권 인사들이 현 정부의 위법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그렇게 법질서 강조하면 법치라는 것이 법 집행하는 사람에게도 적용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며 △용산 참사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기록 제출 명령 내렸지만 검찰이 안 지키고 있는 점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했지만 국회가 시정하지 않는 점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무효 판결 △YTN 해고자 무효 판결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논란 등을 조목조목 사례로 제시했다.

노회찬 대표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예로 들며 "그분들이 무장공비입니까. 서해교전처럼 경찰특공대가 위험천만하게 죽음을 무릅썼다"며 "정부측의 대응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면 시발점에 설사 법을 넘어선 행위가 있더라도 사람이 죽어야할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노회찬 "용산 희생자는 무장공비입니까", 유시민 "MB 말 안 들으면 밥줄 끊는다"

유시민 전 장관도 "민정 치안 담당하신 분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심이지만 정무수석이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며 "앞으로 3년 반도 많은 충돌 있겠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이 "밥줄" 얘기를 꺼내자 박 수석과의 공방이 불거졌다. 그는 군사정부와 달리 "지금은 밥줄을 끊는다"며 "말 안 들으면 밥줄을 끊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방식도 불도저식이다. 비판하는 사람의 귀를 막아버리고 거리에 못나오게 한다"며 "정치 이슈가 100분 토론에서 많은 것도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가 후퇴" 현상과 관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고칠 점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수석은 "국정운영 해보셨으니까 그때 많이 했으면 좋았겠다"고 응수했고, 유 전 장관은 "국민을 겁주고 잡아가진 않았다"고 바로 반박했다. 박 수석은 또 "저희도 김제동씨 문제로 선거에서 손해를 엄청 받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나"며 "밥줄 끊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00분 토론>에 대한 제안도 제기됐다.
손 교수의 마지막 방송이어서 그런지 ‘정리하세요’라는 진행자의 제재에도 웃으면서 넘어갔다. 130분이 흘러 방송을 마칠 때가 되자 손 교수는 마지막 멘트를 했다. “두 분의 훌륭하신 전임자에 비해서 저는 무척 운도 좋고 행복한 사회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자리는 내려놓지만 머릿속에서 토론이라는 말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항상 밤늦게까지 함께해 주시며 ‘100분 토론’이라는 공론의 장을 함께 해준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02년 1월 18일부터 매주 듣던 인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일까? 방청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카메라가 꺼지자 스튜디오는 아쉬움과 고마움, 미안함이 섞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방청객 이주현(35·여)씨는 “2002년 초창기부터 손 교수님을 계속 봐왔는데 이제 백분 토론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짠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그동안 (손 교수님이) 너무 많이 고생하셨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인데 수고하셨고 고맙기도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면서 “그동안 보여준 간결하고 날카로운 진행방식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객들은 손 교수가 없는 ‘100분 토론’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패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 편하게 토론할 수 있었다”면서 “‘백토’와 손 교수는 ‘등치’(=) 관계 아니냐”고 되물었다. 방청객 이정수(27)씨는 “조리 있고 위트있는 손 교수님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99분 동안 진행하다가도 마지막 1분에는 핵심을 찌르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 손 교수님의 매력”이라면서 “‘손석희’ 없는 백토는 시청률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더타임스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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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기자 기자 kht1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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