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에 내가 보낸 편지를 내가 받아 본다

  • 등록 2008.01.12 09:59:31
크게보기

경북 봉화군에 문을 연 노란우체국

 
- 경북 봉화군에 문을 연 노란우체국.2006년12월에 문을 열었다
산골오지로 유명한 경북 봉화에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우체통이 있다. 이 우체통에다 편지를 맡기면 발신자가 원하는 날짜에 수신자에게 배달이 된다. 1년 후가 되든 20년 후가 되든 상관없다. 타임캡슐 우체통인가?

경북 봉화읍내에서도 더 들어가 꼬불꼬불한 길을 차로 30여분 이상 달리면 서벽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 입구에 ‘노란우체통’이라 씌여 있는 노란색 팻말이 서 있다. 팻말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면 모퉁이 마다 입구에서 본 것과 똑같은 노란색의 표지판들이 방문자들의 길을 안내한다.

그렇게 경사가 급하고 험한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그 곳이 문수산 해발 620m지점, 그 노란 컨테이너 박스가 시공을 초월하여 배달될 편지들이 쉬고 있는 우체통이다. ‘노란우체통’은 봉화출신의 시각디자이너 전우명(45)씨가 국장으로 있는 사설 우체국이다.
,
 
- 방문자들에게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준비 기간 3년, 지난 해 12월 문 열어

기획, 사무실, 부지매입, 건물인허가, 기반시설 건축 등의 총 준비 기간 3년여 만인 지난 해 12월 1일 문을 열었다.

“워낙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놔서 ‘천천히 가는 문화’에 대한 좋은 아이템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테마 마을을 조성해보자는 것이 전 대표의 첫 생각이었다. 그러나 너무 광범위했다. 범위를 축소하고 압축하는 작업을 거쳐 탄생된 것이 ‘편지’였다.

편지는 사랑과 감성이라는 것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또 이메일과 핸드폰 문자메시지와 속도경쟁에서 져 그 입지를 잃어가고 있지만 천천히 가는 문화에 가장 잘 부합한다.

“노란색은 사람들에게 인지 자체가 빨리 이루어지는 색이죠. 감성과도 아주 잘 통하는 색이라 생각합니다. 또 ‘노란우체통(yellow post)’ 이란 말이 어감이 좋아서 ‘노란우체통’이라 명명하게 되었죠.”

정식으로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다녀간 사람들은 꽤 된다. 설립 초기에는 연인들이 많이 오리라 예상 했지만 의외로 가족단위, 친구들 단위의 방문이 많다고.

얼마 전에는 진주에서 장교 임관식을 끝내자마자 바로 노란우체통으로 달려 온 신임 해군 장교가 있었다. 원래 변리사를 꿈꿨지만 결국 그 꿈을 접고 해군 장교로 임관하는 지금의 그가 미래의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 위해서였다.

“강릉에서도 여자 두 분이 찾아 오셨었죠. 한 분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꿈인 분, 한 분은 CEO가 꿈인 분. 그 분들도 미래의 자신에게 전하는 편지를 쓰시더라고요. 저희 타임캡슐 우체통에는 미래의 자신이 수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 이곳에 보낸 편지를 20년동안 보관했다가 보낸사람에게 다시 보낸준다
최대 보관기간 20년, 보관료 1년에 1만원, 해 더해질 때마다 2천 원씩 추가

하지만 편지를 쓸 때마다 번번이 직접 찾아 올 필요는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www.yellowpost.co.kr)에서 보관신청을 하고 보관하고 싶은 편지는 우편을 이용해 노란우체통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관기간은 최대 20년까지. 보관료는 1년에 1만원, 해가 더해질 때마다 2천 원씩 추가된다.

“앞으로도 이것저것 남았어요. 편지 보관창고도 새로 지어서 옮길 거고 정원도 만들 예정입니다. 털복숭아도 심고 찔레도 심고..최대한 자연을 살린, 자연스런 조경을 기획하고 있어요. 무엇이든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죠.”

노란우체통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편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있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담는 ‘우리 반 편지’, 군에 가는 남자친구를 위한 ‘입영편지’, 프러포즈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러포즈 편지’ 등. 이 밖에도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해 적시가 되면 풀어놓을 예정이란다.

어느 주말엔가 시간을 내어 미래의 누군가에게 띄우는 편지를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 곳에 가면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고 난로에서 구워진 따끈한 고구마도 얻어먹을 수 있다. 편지 하나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날 수 있는 장소. 우리 삶 가운데 특별한 공간 하나가 더 생겼다.
이종납 칼럼니스트 기자 ljn1124@hanmail.net
Copyright @2012 더타임즈 Corp. All rights reserved.Copyright ⓒ

PC버전으로 보기

서울특별시 은평구 응암로 328 010-4667-9908 서울아00313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보도자료soc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