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그 배후세력의 패착

  • 등록 2012.08.01 09: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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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와 거리가 먼 안철수 교수

안철수 교수의 최태원 SK 회장 구명운동에 일조를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안철수 본인은 물론, 그를 지원한 좌파와 사이비 보수 모두가 18대 대선을 겨냥한 인물 설정에 패착을 두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몇 년 간 안철수 교수는 자신을 베일 속에 숨긴 채 정치권 정식 데뷔는 보류하고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일부 젊은 층이 안철수를 이 시대의 고통을 해소시켜 줄 구세주로 착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감성을 자극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에만 치중하다 보니 보통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 성인군자 반열에 너무 일찍 들고 말았다.



인간이란 동물은 모두가 과거가 있는 법이고 크고 작은 실수도 있게 마련이다. 환경에 따라서 이념이나 생활철학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생존을 위해 남에게 못할 짓을 저지르고 살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잘못이 좀 있고 철학이 없다 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정치인과 공직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당적을 버리고 반대 세력을 찾아간 정치인이 대접을 못 받고 단 한 번이라도 위장전입을 저지른 자가 인사청문회에 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가하면 때로는 낙마까지 한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 이럴진대 대통령 선거 후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정치판에 처음부터 성인군자 이미지로 나선 사람이 안철수다.



작년 10월 혜성 같이 정치판에 등장, 순식간에 서울시장을 자기 지인으로 갈아치우고 정당정치를 무력화시켜 버린 안철수 교수, 그는 절대 선을 표방하고 정치판에 등장했다. 정치를 아는 세대는 그의 절대 선을 믿지 않았고 그가 들고 나온 보랏빛 청사진에 신뢰를 보내지 않았지만 민의에 반하는 정책으로만 일관하는 정부와 오직 반대와 투쟁만을 구호로 내걸고 민심을 선동하는 일에만 열중하던 무능한 야당 틈에서, 실업과 자아상실의 고통에 신음하던 젊은 층은 때맞춰 등장한 안철수 교수에게 단박 구세주 내지 미륵불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 로부터 안철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안철수는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여야의 시도를 교묘히 피해가며 성인군자의 이미 쌓기에만 주력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지목된 덕분에 상한가를 거듭한 자기 주식을 기증,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성공한 기업인 모습을 보였고 가끔씩 젊은 층의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정치권을 향한 양비론도 거르지 않았다. 총선에 즈음해서는 선문답 같은 화두를 내밀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으나 곧 김근태 전 고문의 미망인을 돕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노골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표방했다. 그러나 총선은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고 그가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박근혜를 이길 가능성은 조금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검증을 피하기 위한 숨바꼭질과 간보기는 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검증을 피하려다 보니 대중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재단을 설립한다고 떠들어 잠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국면은 면했으나 대선에 나서는 것도 안 나서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가 계속되다 보니 대중을 짜증나게 만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연예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효과는 전 같지 못했다. 좌파 매체는 힐링 캠프 출연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떠들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중론과 함께 모처럼 출간한 책은 그 내용이 말썽이 되어 돌아온다. 돈을 벌었는지는 몰라도 정치적 이득은 보지 못했다. 대신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을 뿐이다. 로또 맞은 돈을 은행에 예금해 놓고 곶감고치 빼먹듯 해봐야 줄어들기만 하듯 처음부터 너무 높게 설정했다가 줄어들 일만 남은 안철수 인기다.



이것이 바로 남보다 경력이 좀 화려하고 남보다 빨리 IT 산업 쪽에 눈을 돌린 안철수를 대한민국에 역사상 없는 위인으로 만들어 대통령 깜으로 만들려 했던 좌파와 사이비보수의 패착이다. 2002년 대선에서 좌파는 노무현을 투사 기질의 정치인에서 감성적인 정치인으로 둔갑시켰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알려진 노무현을 시간이 가면서 괜찮은 정치인으로 변모시켜가다가 막판에 네거티브 한 방으로 이회창을 KO 시키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성인군자로 부각시킨 안철수의 경우는 정반대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뒷말이 무성한 예수를 비롯한 많은 성인 위인들을 생각할 때 인격적인 배신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헤아리지 못한 패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와 사이비 보수는 안철수를 성인군자로 설정했다. 십 수 년을 검증해도 한 군데 잘못 된 곳이 드러나지 않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맞서려면 도덕적인 우위를 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설정 가공한 인격은 한계가 있다. 시간이 가면서 그를 직접 상대했던 사람이 나오고 뒷말도 따르게 마련이다. 안철수라는 사람 자체가 여러 직업을 거친 사람이고 손익이 교차하는 기업을 경영한 사람이다. 남이 손해를 보든지 양보를 해야 내게 그만큼 이익이 오는 게 기업의 생리고 보면 당연히 그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도 나올 것이고 그의 인격에 침을 뱉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하나 둘 나올 때마다 안철수의 가공된 인격은 화로 앞에 눈사람 같이 녹아내리고 만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SK 건이고 유사한 사례는 또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팽팽하게 채웠던 안철수 지지도와 너무 높이 설정했던 안철수의 인격, 좌파와 몇몇 사이비 보수는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을, 어쩌면 보통 사람만도 못한 양심을 가진 안철수를 성인군자로 만들어 놨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용광로 같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옆에서 제풀에 녹아내리는 한 가락 양초를 보는 것 같다. 그 가느다랗고 볼품없는 양초가 다 타기도 전에 제풀에 녹아내려 지저분한 흔적만 남기는 날, 18대 대선은 박근혜 앞에 변변히 나설 사람조차 없어 12월 19일의 투표가 그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예감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 같다.
이종택(논설위원)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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