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좌절, 박근혜의 도전

  • 등록 2008.10.01 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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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소고기에 이어 종부세 논란으로 또다시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논란 또한 "논쟁의 패러다임"을 잘못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큽니다. 한미동맹 복원과 한미 FTA 비준을 통해 한반도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에 돌입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반대세력을 反세계화-反선진화 세력으로 낙인찍는 방향으로 나갔다면 촛불집회가 기승을 부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종부세 문제 또한 "부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중산층과 서민도 잘 살 수 있다"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중국에는 샹하이가 있고, 미국에는 마이애미가 있는데 한국에는 부자들이 은퇴 후 마음껏 돈 쓸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고, 국가경쟁력의 획기적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포지티브+미래지향으로 나아가야 야당의 말꼬리 잡기式 비판을 넘어설 수 있고 논쟁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데 "광우병, 확률적으로 거의 없다. 잔소리 말고 싸고 맛있는 고기 실컷 먹어라."고 하니 야당의 어젠다에 발목잡히는 것입니다. 또한, 종부세 논란 또한 "부자가 잘 살아야 돈이 돌고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되어 중산층도 잘 살고 서민도 잘 산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나갔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비젼과 방향성의 결여입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왜 지금 이 시점에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야 하며, 종부세를 완화해야 되는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금 실물경제가 어려운데 미국소와 종부세가 경제 좋아지는 것과 뭔 관계가 있냐?"며 집권여당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적절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10년만에 정권을 잡은 김에 자신들만을 위한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지요.

그 중에서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본래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의 IT정책을 선봉에 서서 이끌어야 하며,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본격적인 "미디어 시대" 청사진을 제시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정권을 위한 앞잡이 노릇과 네티즌과 반대세력 때려잡기에만 올인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비젼과 방향성 없이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알아서 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드러난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은 "한반도 대운하는 폐기하고 747정책은 좀 더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는 것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747은 아예 이륙도 못하고 있고 한반도 대운하는 마치 불사조처럼 죽었다가도 계속 살아나고 있습니다. 요즘 기획재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박근혜가 내세운 "줄푸세" 실천에만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분명 대통령은 이명박인데 대운하와 747은 꺼내지 못하고 줄푸세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침묵의 정치"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어 보건복지위 소속의원으로 첫 국정감사를 맞이하는 만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정도"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박근혜는 그와같은 원칙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인기발언을 하는 것은 지금이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을 박근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분에 충실한 것이지요.

현재 여권에서 박근혜 이외에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김태호, 홍준표, 원희룡 등이 자천타천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중 누구도 결코 박근혜와 동일한 정치적 비중을 갖지는 못합니다. 이들 입장에서 볼 때에 박근혜가 튀면 튈수록,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자신들이 이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며 비로소 정치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박근혜가 "정중동" 행보를 보이다 보니 그럴 기회 자체를 못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흘러가면 대세는 당연히 박근혜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박근혜 "정중동" 행보가 갖는 가장 큰 파괴력입니다.

지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민정계는 어떻게든 김영삼과 민주계를 자극하여 이들이 당을 뛰쳐나가도록 만드는데에 주력했지만 김영삼은 끝까지 싸우며 버텼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적으로 김영삼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었고 김윤환-김중권-박희태 등이 민정계에서 전향하여 "신민주계"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로서 이명박계가 취할 수 있는 전략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대한 박근혜를 자극하여 박근혜가 알아서 당을 뛰쳐나가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이들에게 길이 열리게 됩니다.

결국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현재의 정국 흐름이 계속될 것이냐로 귀결됩니다. 만일 그 때까지 현재의 정치지형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면 박근혜의 대권후보 지명 가능성은 9부 능선을 넘어서게 됩니다. 혹 이명박계의 막판 무리수로 박근혜로부터 대권후보를 빼앗아간다고 할지라도 이미 그 시점이 되면 박근혜의 탈당이 국민적으로 큰 명분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박근혜가 계속 살아남아서 당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박근혜 최대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작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는 박근혜 측과 야당의 삼엄한 감시로 인해 막판에 돈과 조직을 풀가동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에서 辛勝을 거두고 본선에서 大勝을 거둔 것은 준비기간이 박근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길었고 反노무현 정서가 하늘을 찌를 만큼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는 2012년 대선에서는 이와같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되면 가장 돈과 조직을 적게 동원하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그와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정치인이 박근혜 이외에는 없습니다. 이것은 한나라당 중진의원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차기 대선은 치열한 시간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버티기"에 주력해야 하며, 이명박계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내기"를 해야만 합니다.

보수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에 박근혜의 존재는 그야말로 보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이 좌절하고 실패하더라도 박근혜가 상처를 입지 않고 한나라당 내에 남아만 있어준다면 차기 대권가도는 안정적으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마지막 순간까지 "히든 카드"로서의 효용과 위상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이명박이 실패하더라도 보수세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이 좌절하더라도 박근혜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진우,관찰자)
뉴스 편집국 기자 soc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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