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정당정치와 ‘안철수 현상’

  • 등록 2011.09.17 2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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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두 얼굴: 봉사와 전쟁 -

 
▲ 민주당 김부겸 국회의원 
ⓒ 마태식 기자
[ 더타임스 마태식 기자 ] 민주당 김부겸의원이 14일 추석연휴때 받은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기존정치권의 근본적 문제점들을 열거하면서 왜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났으며 국민들의 정치혐오의 위험성과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서도 확실한 선택을 하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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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은 싸늘했다. 여야를 가릴 것도 잘잘못을 가릴 것도 없었다. 안철수와 박원순 얘기뿐이었다. 안철수 신드롬은 요컨대,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진단이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특히 안철수 교수의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고, 민주당은 대안이 안 된다.’는 일갈은 뼈아프다. 안 교수가 던진 건 돌 하나지만, 그 파문은 ‘기존 정당들은 모두 쓸어버려야 할 대상’이라는 파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봉사 정치: 안철수 신드롬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긴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도 분명히 말했듯이,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정당의 존재는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서 필연적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정당에 대한 부정은 민주주의 정치에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 우리가 비판하고 반성해야 할 것은 정당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이 아니라 한국의 현존 정당들이다. 그리고 한국의 정당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한국의 정치다. 한국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의 혐오와 반감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이고, 이번 안철수 신드롬은 그 정치 불신의 국민적 정서 위에서 일단 시작된다.
국민들이 한국 정치에 대해 화를 내고, 안철수 교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정치가 봉사는 안하고 싸움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봉사’와 ‘싸움(전쟁)’은 정치의 두 얼굴이다. 봉사는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자신이 뽑아 줬으니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달라고 당연히 요구한다. 그러나 좀처럼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좋은 일을 잘 해주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 West Wing’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결심한 예비 후보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처음 찾아간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분리수거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쓰레기장은 진짜 ‘쓰레기장’이다. 그렇게 엄동설한 뉴 햄프셔 시골 마을에서 후보는 청소부의 작업을 거들며 열심히 ‘봉사’를 한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는 ‘남을 위한 좋은 일’을 그가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게다가 그 프로그램으로 큰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했다. 그러니 어찌 안 교수의 인기가 뜨겁지 않겠는가?


*전쟁 정치: 냉엄한 현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가 봉사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선거에서 선출되려면 다른 후보와 싸워야 한다. 이것이 전쟁으로서의 정치다. 그런데 싸움도 혼자 하면 힘드니까 패거리를 짓게 되고 그 패거리가 정당이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조차 ‘정권을 잡기 위하여 조직된 단체’로 정의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은 태생적으로 정치의 어두운 면에 속한다. 선거에서는 싸움질이나 하고,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권모술수가 난무하기도 하고, 다중이 모여 하는 일이라 같은 편끼리도 티격태격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정당을 욕하기란 아주 쉽다. 그러나 ‘전쟁으로서의 정치’는 냉엄한 현실이다.
어쩌면 전쟁정치야말로 정치의 본령일지도 모른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정치가 갈등을 먹고 산다고 한다. 사회엔 숱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갈등은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늘 부글거린다. 갈등은 억눌러서는 안 되며 표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은 각자의 해법을 놓고 경쟁하다가 결국 어느 하나가 선택되거나 절충됨으로써 해소된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사회가 굴러간다. 이것이 정치가 하는 일이다.
쓰레기장에서 자원 봉사하는 것도 정치의 일이다. 그러나 청소부 노조가 요구하는 정규직화를 지지함으로써 청소부의 편을 들 것인가, 비정규직으로 놔두어 관리비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아파트 주민의 편을 들 것인가의 문제도 정치의 일이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정치인가?


*정치혐오는 또 다른 이명박 대통령을 불러온다.
따라서 정치를 하고자 하는 한 누구나 갈등의 한 가운데 설 수밖에 없고, 전쟁으로서의 정치를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자신이 품은 대의와 비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치가 그 본질에 있어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정치는 진짜 싸워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싸우지 않고, 싸울 가치가 없거나 자기 밥그릇을 둘러싼 싸움만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게 제 구실을 못 하니까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하고 혐오하는 것이다. 이걸 혼동하거나 한꺼번에 매도해버리면 우리는 계속 헛돌게 된다.
따라서 안철수 신드롬을 잘못 해석해서 정치가 봉사활동처럼 이타적이고 점잖고 우아해야 한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식의 오도된 반정치주의가 불러온 결과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출현이다. ‘정치는 나쁜 것, 경제는 이명박’ 식의 엉터리 구도가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얼마나 망가뜨렸는가?


*박원순 변호사는 정당정치로 들어와야
박원순 변호사는 정당을 택해야 한다. 시민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이라거나, 서울시정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라든가, 아직 야권통합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라성 같은 재야 혹은 사회운동 출신들이 역대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다. 서울시정이 바로 생활정치의 가장 중요한 장이다. 야권통합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자, 민주주의에 순명해야 할 정치인의 대의이기 때문에 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이름 없는 숱한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땀과 눈물로 지킨 민주당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을 낳았던 이 나라 민주주의의 보루가 민주당이다. 그렇게 대안이 되니 못 되니 말할 정도면 그 말에 책임 질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다.
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하든 아니면 통합 경선에 참여하든 시기와 경로는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이나, 선거란 갈등이 집약되는 전쟁정치의 정점이란 점을 이해한다면 박 변호사는 정당정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당정치의 때를 벗기고, 정치 불신을 씻어내는 청소부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 김부겸

2011년 9월 14일
마태식 기자 기자 cartoonis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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