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경 넘어 손 잡다…시민외교와 포스트기억의 길

  • 등록 2025.08.06 23: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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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시 장생탄광에서 평화포럼까지…기억 넘어 행동하는 시민들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지금, 한·일관계의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완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을 지키고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는 이제 더 이상 정부 만이 아니다. 바로 시민·사회다. 

우베시 장생탄광 유해 발굴 운동은 그 대표적 사례로, 일본과 한국의 시민들이 함께 역사를 직시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생탄광 제5차 방문단에서 한국과 일본 잠수사들이 함께 유해 조사를 수행하고, 추모곡을 부르며 손을 맞잡은 순간은 ‘국경을 넘어서는 기억의 외교’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떻게 ‘기억과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모델이었다.

포스트기억 시대라는 말은 더이상 과거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기억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뜻한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들은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를 일본 사회 안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무토 이쿠호 활동가 등은 역사 왜곡에 맞서 꾸준히 목소리를 냈고,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참여하는 한·일 청소년 평화포럼은 ‘공동 기억의 장’을 만들어왔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수요집회와 일본 내 연대 시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운동, 일본 시민들의 평화헌법 수호 캠페인 등은 모두 한·일 시민외교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시민외교의 진화다.

한·일관계는 정치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흔들려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꾸준히 ‘책임 있는 기억’과 ‘연대’를 기반으로 대화를 지속했다. 장생탄광 운동, 평화포럼, 공동 추모행사, 청소년 교류 등은 모두 정부가 놓친 ‘외교의 윤리적 좌표’를 채워왔다.

이제 한·일 시민외교는 단지 과거사 해결을 넘어 동아시아 평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가 바뀔수록 기억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평화의 가치로 확장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경을 넘어 손을 잡는 시민들의 외교야말로, 60년 한일관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가장 강력한 다리다. 포스트기억 시대, 외교의 이름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
김덕엽 기자 editorkim12350@out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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