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이종납 편집장] 민주주의는 정말 좋은 제도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를 통해 소외된 의외성이 대중적인 보편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묘미가 있다. 미국은 건국 232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2008년 흑인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한 후 흑인들의 정치활동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지난 97년 대선에서는 건국이래 배출된 10명의 대한민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호남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4수 끝에 대통령직을 거머쥔 이후 제2의 호남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간의 금기를 깨고 군대 군자도 못 꺼내는 여성이 첫 여성 대통령 탄생 7부능선을 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인 여성대통령이나 여성총리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으니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하게 되면 앞으로 제2 제3의 여성 대통령을 더 쉽게 만날 수가 있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첫 여성대통령의 꿈을 실현할 선두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수년간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30-40%대의 콘크리트지지를 받으며 대세론을 유지해 왔고 이제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둔 이 시점에 박 후보 본인을 포함해 3명의 후보가 자웅을 겨루는 현재까지도 3자대결에서는 40%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봉황무늬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특히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건국이래 첫 여성대통령이 됨과 동시 전직대통령의 딸이 대권을 쥐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런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최근 조사된 몇군데 여론조사에서 보면 박근혜 후보에 대한 여성들의 지지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여성지지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온 조사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성들은 같은 여성이 여성리더로 부각되는 것을 경원시하는 경향이 어느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그 여성리더가 한때 왕조의 공주이자 퍼스트레이디로서 가질 수 있는 권력과 누릴 수 있었던 모든 영광을 누린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후보이고 그 박 후보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첫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기에 뭇여성들의 반발도 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전에도 여성대통령에 도전한 사례도 있었지만 현재 여성으로서 대권후보로 나선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지지율 1%도 안되는 미약한 지지율을 갖고 대통령 운운 하는 것도 넌센스고 같은 여성으로서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후보에 대해 후보자질과 능력을 비판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성성 그 자체까지를 놓고 박 후보를 폄훼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박근혜 후보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며 “어머니 같은 여성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표현이 너무 강렬하고 공격적이어서 여성리더를 꿈꾸어온 다른 여성들을 주눅들게 했는지는 몰라도 대권을 다투는 박 후보 입장에서 이 정도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아니나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심상정 후보는 “그동안 권위주의와 가부장제와 싸워온 다수의 여성을 모독했다”고 혹평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심 후보는 “박근혜 후보는 권위주의의 태내에서 태어나 한번도 정치적 여성으로 살아오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박빙의 삶을 살 때 억압했던 대표주자”라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여성이었어'라고 커밍아웃하고는 정치쇄신이니 혁명이니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후보 캠프에서도 ‘박 후보는 출산과 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성'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박 후보는 박봉과 임금 차별로 힘겹게 일하는 직장 여성의 애환을 체험해본 적도 없고, 가정주부의 삶도 모른다’며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성학자 정희진 씨조차도 박 후보를 두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가 2라는 사실 외에는 여성과 가장 거리가 먼 여성이다. 그녀는 여성도 국민도 대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몸은 ‘아버지 박정희’를 매개한다”고 말할 정도다.
여성들은 성형수술로 예쁜 미모를 가질 수는 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못생긴 여성, 키작은 여성, 뚱뚱한 여성, 결혼 못한 노처녀, 직장없는 여성도 있고 주름많고 늙은 여성, 고집이 세고 표독스러운 여자, 곰처럼 미련하고 거식증에 걸린 여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여성 등 온갖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여성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
이렇게 세상에는 완벽한 여성이 없듯 박근혜 후보도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박 후보의 여성성을 놓고 온갖 해괴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박 후보를 너무 오해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반사적으로 폄훼하고 있는 여성들은 잘 들어라. 흔히들 하는 시쳇말로 남자가 여자를 흉보는 것도 팔불출같은 행동이라지만 같은 여자끼리 ‘여자답다, 아니다’ 하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은 심각한 풍기문란이고 같은 여자의 성정체성을 놓고 ‘여자 모습을 했다고 다같은 여성이 아니라’는 식의 자해적 비판을 퍼붓고 있는 것은 엄청난 인격모독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많은 여성들이 너~무 모르는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박근혜 후보가 이번에 첫 여성대통령으로 등극하지 못하면 이 땅에 여성대통령은 영원히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고 박근혜 후보가 여성대통령이 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는 사실이다.
또 더 나아가 박근혜 후보가 첫 여성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관심거리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여성에게 미래가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도 그 어느때 보다도 평온한 마음으로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