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이종납 편집장] 가을의 정취가 짙게 풍기는 아름다운 계절속에 지난 10월 26일 제67주년 '교정의 날'과 제41회 교정작품전시회가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비롯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인사와 교정공무원, 교정시설 자원봉사자인 교정위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열렸다.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41회째 맞는 교정작품전시회에서 수용자들과 교정관계자들의 노력이 함게 어우러져 질적,양적으로 큰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작품 하나하나속에 희망과 용기, 의지와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고 격려했다.
특히 이번 교정작품전시회에서는 가구, 목공예, 도자기, 서양화, 동양화, 한국화, 서예 등 총 548점이 출품된 가운데 사형수 이규상 씨의 문예작품 서양화 ‘일상’이 대상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여항 홍익대 교수(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 교수)는 심사평에서 “일상은 정갈한 필력으로 둥근 알을 연필로 표현한 작품으로 반복된 이미지로 부화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주제를 독창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작품지도를 맡은 이인자 교수(경기대학 예술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04년, 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이규상 씨를 처음 만났는데 그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자신이 미술을 전공했다는 말을 듣고 그림을 가르쳐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엉터리로 할 거면 하지 마라. 처음부터 초등학생처럼 선 긋는 것부터 일생동안 할 마음이 있으면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했고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해 그림그리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에게 “계란 100개만 그리자고 숙제를 주었다”고 말하고 “미묘한 광선의 변화까지 관찰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계란만한 것이 없다. 또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참선과도 통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달에 한 차례씩 만나온 인연이 6년 남짓 이어지면서, 그린 계란 계수만큼 실력도 늘어가 “지난해 가을께 크게 도약을 하더니, 이젠 아마추어 작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인자 교수는 “이번에 그가 대상을 받게 됐는데 작품 ‘일상’을 보면 교도소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라고는 연필밖에 없지만 연필 한자루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재소자의 심정을 부화를 기다리는 계란의 모습속에 담아낸 뛰어난 작품”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사형수 이규상 씨 교화승인 박삼중 스님(부산 자비사)도 이 씨 작품앞에서 남다른 감동에 젖은 표정이 역력했다. 삼중 스님은 “사형수 이규상 씨가 말하기를 언제 사형 집행당할 지도 모르는 놈이 그림을 배운다는 것이 웃기지만 제가 살아서 감옥에서 나가면, 그 동안 도와준 사람들에게 그림을 주고 싶습니다.”고 말하는데......”라며 “제가 지난 67년부터 재소자들 교화활동에 나선 이래 오늘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삼중스님은 특히 “사형수 이규상 씨는 지난 2010년에 어려운 수형생활을 하면서 영치금을 아껴 모은 거금 3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며 기부했는가 하면 지난 2011년 5월에 도 100만원이란 거금을 일본 지진으로 참사를 당한 분들께 써 달라며 기부하기도 했다”며 “대부분 사형수들이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규상 씨처럼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사회를 위해 선한 일을 하는가하면 자신의 재능을 끝없이 개발해 교도소 안에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라며 그간의 교화활동에 위안을 얻는 듯 했다.
한편 이날 삼중스님의 오랜 후원자인 大塚万吉(한국명;조만길) 씨도 일본에서 건너와 축하를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