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곽 교육감과 이 장관, 안양옥 교총회장이 극한 대립각을 세우며 교육계 전체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다. 곽 교육감은 20일 오전 서울교육청에 출근 직후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는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청은 재의 요구 철회와 함께 조례 공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학생인권조례는 교내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고 두발 및 복장, 휴대폰 소지 및 사용 등에 관한 각종 규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 중 ‘성적 소수자 보호’ 규정은 “청소년의 동성애를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빠른 시일 내 공포하고 각급 학교에 조례 시행에 필요한 매뉴얼 등을 보급, 가급적 3월 신학기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과부가 나서 제동을 걸었다. 20일 교과부는 이주호 장관 명의로 곽 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 및 학예에 관한 시도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재의 요구를 하도록 요청받은 경우에는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8조). 따라서 교과부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면 곽 교육감은 이에 따라야 한다. 만약 곽 교육감이 재의요구에 불응한다면 이 장관은 곽 교육감에게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시의회가 재의결할 경우에는 교과부장관이 직접 대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낼 수도 있다. 단, 교과부 장관의 재의요구를 해당 교육감이 따르도록 한 규정은 시행이 2014년 7월 1일부터라 해석상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교과부 장관의 제소 지시 및 직접 제소, 집행정지신청권 등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정이다. 결국 교과부가 원한다면 학생인권조례는 시의회에서 재의결된 경우에도 대법원 결정이 날 때까지 시행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교과부 역시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교과부가 나머지 카드를 모두 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교과부는 교원평가제에 반기를 든 전북교육청에 대해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곽 교육감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주호 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교과부 대변인을 지낸 이대영 부교육감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때문에 이 장관과 곽 교육감 사이에서 매신저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교총이 헌법소원과 함께 불복종운동을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12개 학부모,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학부모교육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교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교과부, 교총, 보수시민단체의 ‘삼각 공조’에 맞서 진보진영 역시 총궐기할 태세다. 한편 20일 오후 시의희를 방문한 곽 교육감은 재의 요구에 대한 철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명수 운영위원장 등 일부 시의원이 “재의가 이뤄진 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가 다시 검토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즉시 철회를 만류했으나 곽 교육감은 “서울시민의 뜻에 따라 제정한 조례”라며 재의 철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