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상상하는 이에게 맡기겠다”, “알아서 입맛대로 생각해라”는 생각을 그리는 작가가 하게 되는 가장 무책임하고 최악의 실수다. 이런 행동은 대부분 연장에서 비롯된다. 끈이 정해진 길이가 있는데 다른 끈을 또 다시 이으니, 색깔도 매듭도 맞지 않는 그런 순간에 도피처가 되버리는 열린결말.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적도의 남자’ 연장은 있어서는 안된 일이다. 한남자가 있다. 죽음을 맛보고 다시 부활하여 삶을 살아가게 된 남자.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니 다시 시작을 꿈꾸는 순간이 찾아왔다. ‘적도의 남자’ 선우(엄태웅분)는 차갑고, 시리고, 지독하게 아픈 삶을 겪고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고뇌의 속으로 장일(이준혁분)을 몰아 붙이는 남자다. 뜨거운 ‘적도’를 다녀와 진정 뜨거운 복수를 꿈꾸며, 새로운 시작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의 끝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복수가 성공할지, 복수가 진정으로 이루어질지도 작가만이 알것이다. 다만, 상처받고 아파할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한 장일, 양아버지를 죽인 친아버지 진노식회장, 자신을 왜 도와주는지 정체를 알수 없는 아버지 친구, 증오도 사랑으로 바꾼 수미 외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선우 자신이다. 선우 자신이야말로 끝을 향해 갈수록 지독하게 아플것이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에 타는 것처럼, ‘적도의 남자’ 선우는 자신마저도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뜨거운 태양 아래. 뜨겁게 있는 남자는 ‘선우’가 아닐까? ‘적도의 남자’가 원하는 끈에서 멈춘다면, 제대로 된 ‘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의 시작은 끝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