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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철수와 민주당의 동상이몽

민주당은 안철수의 노림수를 경계해야

민주당의 비문주자들이 매우 불리한 경선룰로 인해 좀처럼 뜨지 못하는 사이, 어쨌거나 문재인은 11연승을 하면서 바람을 등에 업고 있다. 문재인이 뜨자 그 대신에 자신의 풍선에서는 바람이 빠지는 현상을 본안철수는 화들짝 놀랐을 것이고 다급해졌을 것이다. 급기야 안철수는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개봉박두를 예고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자신도 모르게 안철수가 파 놓은 함정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고 있다. 안철수가 파 놓은 함정이란 모든 야권과 좌파들이 추대하는 야권 통합 후보를 노리는 것이다.

 

안철수가 가장 만만하게 보는 문재인이 일차 재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이 조금 뜬다 싶으면 어김없이 문재인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있다. 손해는 문재인이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맞아도 할 말이 없는 문재인, 그동안 문재인이 숱하게 안철수 찬가를 불러준 대가라고 봐야 한다.

 

왜 일까, 신비주의의 꺼풀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자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서서히 거품이 빠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약삭빠르게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안철수가 가진 야권의 대표성을 문재인에게만은 빼앗기지 말아야 하고, 문재인에게만은 추월을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안철수 특유의 조급증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실체가 없는 유령 같은 인기가 꺼질 때는 한순간에 폭삭하고 꺼지는 속성에 당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인기가 있어 잘 나가던 어느 배우가 인기가 폭삭하자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언젠가의 뉴스도 떠올랐을 것이다. 인기가 꺼진다는 것은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죽음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데 택일까지 할 필요가 있는 문제인가, 민주당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겠다는 심보가 아니라면 오늘해도 그만이고 내일해도 그만일 것이다. 정당정치의 뿌리마저 부인하겠다는 의미가 훤히 보이는데도 민주당은 헤벌레 웃고만 있다. 민주당의 꿈은 안철수가 꾸는 꿈과 본질적으로 다른 동상이몽일 뿐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불임수술을 자처하고 제 발로 병원을 찾은 환자와 다를 바가 없다.

 

안철수에게는 분명히 노리는 것이 있다. 안철수는 민주당에 결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안철수가 파놓은 함정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는 야권 외각을 빙빙 돌면서 소위 시민추대 후보의 위치를 노려 민주당이 자진해서 “접수해 가세요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을 치는 것이고 민주당의 잔치상에 손님이 많이 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리 떼만 들끓도록 만들기 위해 문재인이 조금만 치고 올라온다 싶으면 배구의 시간차 공격처럼 살짝 살짝 얼굴 내밀기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바라보는 민주당은 접수할 대상이지 발을 담글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 국민하고 소리 지르기 좋아하는 안철수를 보면서도 민주당은 무엇인가에 홀려 넋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뻐꾸기는 자기가 둥지를 짓지 않는다. 뻐꾸기가 곧잘 노리는 둥지는 때까치, 지빠귀 같은 새들이 만들어 놓은 둥지다. 이 새들은 다른 새들보다 둥지를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약아빠진 새가 뻐꾸기다. 민주당은 빠르면 16일, 아무리 늦어도 23일이면 둥지가 완성되어 후보자가 결정된다. 안철수가 노리는 때가 바로 이때다. 민주당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둥지에 안철수가 들어가서 자신도 알을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함정이 노리는 수는 뻔하게도 야권 전체의 절대지존 자리에 자신이 서야 한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자신의 발 앞에서 시중만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이름 앞에 국민추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것은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행위요, 정당정치의 근본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작태와도 같은 짓이지만 민주당은 오늘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제부터 민주당은 공식 후보로 뽑힐 최종주자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안철수의 함정에 퐁당하고 빠질 것인지는 민주당 스스로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단일화에 목숨 걸다간 간판을 떼야 할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지나친 짝사랑은 병이 되는 법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하지만 짝사랑은 망조의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에는 자존심은 고사하고 배알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정당정치의 의미를 새겨보라고 해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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