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의료, 교육, 문화, 일자리 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혜택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치료마저 받을 수 없는 울진지역 장애인에게는 아직도 먼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특히 조기교육, 재활치료가 생명인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에게는 울진이라는 곳은 너무나 살기 힘든 지옥 같은 곳입니다.
울진장애인부모회는 장애자녀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해 2006년 설립되었고, 이를 위하여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나마 장애인 자립과 존엄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울진군에 장애인복지정책을 제안하고, 울진군의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나브로 장애인복지가 조금씩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 장애인 부모들이 느끼는 복지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자녀들의 생명 같은 재활치료는 울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2012년을 사는 게 맞는지요? 혹시 장애인복지에 대하여 인식이 부족했던 1970년대는 아닌지 관계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잠시 설명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부모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울진에서 우리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울진군과 보건소, 울진군의료원에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물리, 작업 치료사가 있어야 하고 재활의학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울진에 재활의학과 의사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차례 울진군과 의료원 등과 수차례 논의를 통해 부모가 외지 재활의학과 의사가 있는 타지의 병원에서 물리치료에 관한 처방전을 받아 의료원에 제출하면, 재활치료를 받는 방법을 임시방편으로나마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 치료사 인건비를 확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은 집행되지 않으며 여전히 장애아동은 하루하루를 재활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런 방법을 해도 불법적이기 때문에 의료원에서 도저히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울진장애인부모회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으며 재활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료원 측에서 주장하는 불법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 자식이라도 우리에겐 한없이 귀한 아들과 딸입니다. 장애인부모의 마음도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의 다리가 휘어가고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사는 장애인들을 볼 때마다 울진의 장애인부모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재활치료를 받겠다고 포항으로, 동해로, 삼척으로 때론 서울이나 대구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울진에서 아이를 치료할 수 없는 것입니까?
우리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수차례 지역신문에 기고하였습니다. 여러번 상경하여 국회로, 보건복지부로 뛰어다니며 울진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호소하였습니다.
울진군수님에게도, 국회의원님에게도 만나달라고, 제발 이런 안타까움을 해소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여전히 우리 장애인 부모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당수가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어 스스로 권리 구제를 하지 못하는 우리 장애인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애타는 호소는 그렇게 허공만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걷던 아이들은 앉게 되었고, 앉아 있던 시간이 많던 아이들은 이제 눕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치료시기를 놓친 이후의 치료 효과는 극히 미미합니다. 시간과의 싸움인데, 책임을 지고 있는 높은 분들은 늘 “다음에...” “내년에...”라고 말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확보된 재활치료예산은 올해 추진되지 못하면 이제 없어지겠지요. 또 몇몇 아이들이 그만큼 좋아질 기회를 놓치고 퇴행될 것입니다. 다시 주저앉는 아이가, 눕게 되는 아이가 생겨나겠지요.
존경하는 군수님, 군의회의장님과 군의원님, 도의원님, 국회의원님, 그리고 군민여러분!
우리의 절박한 이 심정을 읽어 주십시오. 후천적 장애인이 90%인 현대에는 “나는 장애인이 결코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재활치료는 장애아동 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발 우리의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보건소와 의료원은 공공의료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부디 함께,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나십시오. 장애인정책을 행사 때 잘 차려진 상차림으로 때우려하지 마십시오. 밥 한 끼 잘 먹는다고 장애복지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의료복지부터 해결해주십시오. 즉각 울진에서 재활치료가 가능하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장애인부모들이 목숨 걸고 장거리 운전을 하며 다른 지역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주십시오. 이동수단도, 돈도, 시간도 없는 많은 장애인부모들이 물리치료를 포기하며 흘리는 눈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2. 9. 25
울진장애인부모회장 김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