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안철수를 보면 대권에 도전한 사람인지, 청춘스케치 시즌2를 진행하고 다니는지 헷갈릴 정도로 묘한 장면이 속속 눈에 띈다. 최근 안철수는 일반국민들을 접촉하기 보다는 대학생들을 불러 모아놓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 사람은 정치인이 되어선 결코 안 될 사람이고 교수라는 직업이 천직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4일에는 광주 조선대를 찾아가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했고, 5일에는 전주 우석대를 찾아가 똑 같은 강의를 했으며, 8일에는 대구 경산에 있는 대구대를 찾아 특강을 했고, 10일에는 자신이 한때 교수로 재직했던 KAIST를 찾았으며. 11일에는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교대를 찾아 대학생 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시골의사 박경철과 손잡고 다니면서 익힌 주특기가 청춘스케치다 보니 만약 이번 선거가 “대학생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안철수는 떼 논 당상일 것이다.
대학생들이야 아직 인생의 경험과 사회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인 관계로 자연스레 비판적 성향이 강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속 드는 말을 해주면 열광하는 속성이 있으니 안철수가 가장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대학생이라서 대학을 들락거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명색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무슨 시국강연회를 하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보기에 딱하다는 느낌도 든다.
지역 소재에 있는 대학에 들러 특강을 하고 난 뒤에는 그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는 유세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실망 그 자체라는 뉴스도 보인다. 예를들어, 안철수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대전 ,충청지역을 방문했지만 지역과 관련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대전, 충청 방문 이틀동안 대학생 상대로 강연을 한 것 외에 대전 대흥동 시민과의 만남, 항공우주연구원 방문,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 방문 등 다양한 행보를 하기는 했다지만 이때마다 지역 발전이나 현안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단순한 견학 수준에 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본 지역 주민들로 부터는 “준비 없는 후보”라는 비판마저도 나왔다고 전해졌다.
안철수의 이런 모습을 보도한 기사 한 토막을 인용해 보면, “안 후보는 지난 10일 KAIST 강연 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와 예산반영 문제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일정 등을 이유로 입을 닫았다. 다만 그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곳이다. 제 첫 직장이 천안이었고 회사를 경영하다 처음 대학으로 돌아온 곳이 대전 KAIST였다. 3년간 대전 시민으로 살았고 대전명예시민도 받았다"면서 "굉장히 저와 마음이 가까운 곳으로 선거 떠나서 다시 와 둘러볼 수 있어 좋다"며 대전과의 인연을 강조하는데만 주력했다.
이 같은 모습은 11일 세종시 방문에서도 계속됐다. 안 후보는 지역 현안인 세종시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청와대 2 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문제는 제가 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 것 같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 이전을 주장한 장본인이 이렇게 말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또 안 후보는 세종시의 교육·문화·복지 확충에 대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말씀 드리고 있다"며 입장 피력을 피했다. 특히 안 후보는 세종시 방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가는 장소마다 이렇게 말씀 드려야 하나요. 다 쓰지도 못할 텐데…"라며 난색을 표해 '불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고 한다.
하긴야 안철수가 일반 주민들을 상대하면 이런 비판만 받으니 가장 만만한 대학생들만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만약 이 땅에 대학생들만의 공화국이 있다면 안철수의 당선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자질과 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면 어불성설이 아니라 어림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