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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길목에서

<기고> 송 명 석(영문학 박사 무일세종교육연구소장)

그 길목에서

 

<기고> 송 명 석(영문학 박사 무일세종교육연구소장)

 공주고등학교 교사

 

먼 산엔겨울의 잔재가 남아있다지만 잔뜩 물이 오른 나뭇가지에 연두 빛 새 움이 돋아나고 발아래 풀밭엔 쑥이 올라왔다. 봄철에는 도다리 쑥국이 좋다. 새 봄에 막 돋아난 쑥을 캐다가 바다에서 나온 도다리와 국을 끓이면 영양도 만점이고 특유의 감칠맛이 그만이다. 돼지고기엔 새우젓이, 춘천 막국수엔 무청과 궁합이 맞는다고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 을 입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다. 모든 일에는 때가있다. 그 일을 해야 할 적절한 시기가 있는 것이다. 때를 잘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자요 능력자이다.

 

부산 남포동에 가면 "10년 후" 라는 커피숖이 있다. 청춘 남녀들이 만나 10년 후를 기약하고 친구들이 10년 뒤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학생이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하고 싶은 일을 10년만 연기하면 그 학생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기다려야할 때 가 있다.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10년 후는 긴 시간이다. 그래서 가치 있는 약속이며 참으로 재미난 발상이다. 그런가하면이일은 지금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되는 때 가 있다.

 

성경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나면서부터 소경이었던 거지가 예수가 지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입구에서 종일 기다린다. 사람들의 관심사항을 보면 그 사람의 철학과 가치관을 엿 볼 수 있다. 사람은 관심사항에 따라 마음을 두고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실컷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 그 부분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음이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하랴. 마음이 없는 사람, 생각이 없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 앞에서는 어떤 말도 소귀에 경 읽기요 부질없음을 보게 된다.

 

삶을 바꾸게 된 소경은 평소에 눈뜨는 소망만을 꿈꾸었을 것이다. 평생 소망인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줄 구원자를 만나기 위해서 소경은 예수가 지나간다는 소문의  길목을 지켰다. 세상을 밝게 본다는 큰 목표를 이루기위해서 정확한 위치선정을 하였고, 때를 놓치지 않았고, 자신에게 전 재산이었을 겉옷을 버렸다.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내 마음의 관심사항을, 내 마음의 흐름을 점검해 봐야 한다. 나는 어디에 내 삶의 초점을 두고 있는가?

 

그 일이 지금 해야 할 타이밍 이라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물 이 차도 물꼬를 터주지 않으면  반드시 둑은 터지기 마련이다. 꿈꾸는 자의 꿈을 조소하는 세상의 평판이나 비판에 흔들리지 말라. 자칫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본질에 접근도 하기 전에 상처입고 타다만 희나리가 되기 쉽다.

 

교만할 필요도 없지만 자학 할 필요도 없다.

건방질 필요도 없지만 비굴 할 필요도 없다.

시대의 속도나 현실의 무게에 주눅 들지 말자. 벼랑 끝에서 독수리는 날개 치며 창공을 날아올라 멋진 비상을 해내지 않던가.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다.

대지엔 훈풍이 불고 있으나 세상은 여전히 혼란하고 숨 가쁘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살림을 꾸려갈 인사들의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공직자나 후보자의 능력과 품성을 검증하여 그 적임성을 판단하는 통과 의례를 호되게 치르고 있다. 이번만큼은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로 채널을 돌린다.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현 주소를 또 한 번 확인하며 고개를 돌리고 만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구태를 지켜보아야 하는지, 우리 현실에서 청백리상을 더 이상 기대하는 일은 요원한 일인지 참으로 절망스럽다. 전남 장성군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백비를 볼 수 가 있다. 황희, 맹사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감사원이 선정한 조선시대 3대 청백리 중 한 사람인 아곡 박수량의 묘 비다. 명종 때 40여년을 관리로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도 평생 청렴했던 박수량이 세상을 뜨며 비석도 만들지 말고 묘 도 크게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다. 이에 크게 감동을 받은 명종이 서해 바다 암석을 하사하며 '그가 청렴함을 새삼스럽게 비에 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백함을 잘 못 아는 결과가 될 수 도 있으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고 하여 지금도 백비로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당당하다.

 

요즘, 조선시대 박수량 선생을 보는듯한 한 전직관료의 퇴임모습이 신선한 감동이 되고 있다. 최근 공직을 마감한 김능환 전 대법관의 청빈함과 청백리의 귀감이 세상에 회자되고 있어 어둠속에서 한 줄기의 빛 을 보는듯하다. 그 흔한 공로패조차 마다하며 나랏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며 미리준비한 관용차도 사양한 김능환 중앙 선거 관리위원장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았다

 

퇴임 후, 전관예우로 대형 로펌이나 개임변호사 사무실을 개원하라는 권유도 적절치 않다며 사양했고 퇴직금으로 부인이 작은 채소 가게를 운영 한다니 우리 시대에 함께 해서 고마운 분들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재산불리기에 급급하고, 자식의 병역 비리 등을 저지르고도 그 권력을 탐하는 현대의 위증 자들과는 사뭇 대조되는 이 시대 진정한 청백리의 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큰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한사람의 결단이, 집단을 움직인다. 언제나 변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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