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대란이 몰고 온 재산상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눈에 보이는 보상비도 문제이지만, 이후 우리 축산업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치러야 할 대가는 계산조차 어렵다. 아니 아예 우리 축산업이 기반을 잃고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장 극복해야 할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초긴장 상태인데, 구제역 파동으로 소와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여 인플레 심리에 기름을 붓는다. 소와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영업도 파탄을 맞았고, 깻잎 같은 부자재를 생산하는 농민들도 수요가 줄어 고통을 당한다.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을 급히 매몰하다 보니 침출수 등 환경문제를 소홀히 하였다. 언론은 이 침출수가 상수원에 흘러들어 식수대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대서특필하는 실정이다. 이 환경문제는 아주 악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최악을 상정하고 침착하게 대책을 세울 일이다. 구제역을 사전에 예방하는 등 치밀한 방역체계를 구축하며, 사후 매몰 처분할 경우 환경차원의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이다. 결과는 정부의 직무유기를 말해준다. 나라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농민을 비롯한 국민에게 이토록 큰 고통을 안겨준 직무유기에 대하여 정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장관 한 사람의 진퇴로 다 할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원인을 분명히 규명하고 차후에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구제역 대란이 몰고 온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는 일에 동참하자.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직면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일에 나설 일이다. 국회의원 이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