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도 편하게 바꾸었다. 그는 프로그램 내내 박근혜 위원장이 아닌, ‘박근혜씨’로 불렸다. ‘정치인’ 박근혜보다 ‘사람’ 박근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얘기다. 주제도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이다. 시청자,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뜻이다. 차기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MBC ‘무릎팍도사’ 출연을 계기로 폭넓은 계층에서 인기를 얻은 것처럼 박 위원장도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별명 ‘발끈해’에서 ‘야근해’로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SBS 토크쇼에 출연, 자신의 별명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sbs 방송화면 정치인 중에 박 위원장만큼 많은 별명을 지닌 사람이 있을까. 얼음공주, 수첩공주부터 발끈해까지. 박 위원장도 할 말은 있다. 그는 “저도 사정이 있다”고 운을 뗐다. “국회에서 나오는 질문이 재미있는 게 아닌 심각한 문제이다. 첨예한 갈등, 논쟁인데 웃으면서 얘기할 수가 없다. 딱딱한 표정만 (방송에) 나가게 된다. 실제로 별로 그렇지 않다”고 아쉬워 했다. 또 ‘수첩공주’는 야권에서 정치적인 공격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별칭이지만 만족해했다. “괜찮다. (메모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도 메모를 즐겨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한혜진은 “오전 5시부터 일찍 일어나 늦게까지 일하니 ‘야근해’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공동진행자인 이경규, 김제동도 “출근해, 외근해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부지런한 별명”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특기는 폭탄주 제조…최대 주량은? 박 위원장은 자신의 특기로 ‘폭탄주 제조’를 소개했다. 이공계 출신으로 정확한 각도와 비율, 또 자신의 손끝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그 비법이라는 것. 그러나 주량은 특기에 턱없이 못 미쳤다. 박 위원장은 “최고로 술을 많이 마신게 소주 4잔이었다. 얼굴이 빨개져서…폭탄주는 한잔 마신다. 제조가 좋다”고 말했다. 숨은 노래 실력도 공개했다. 그의 18번은 거북이의 ‘빙고’. 감기기운에 목소리는 푹 잠겼지만 양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 열창했다. 가사가 긍정적이라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의 후렴구는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이다. 양친을 모두 ‘흉탄’에 잃은 박 위원장에게 꼭 필요한 ‘긍정의 힘’이 담긴 노래였다. ◆ 육여사 사망에…“온몸에 수만 볼트 전기가 훑고 지나가는 느낌” 스물 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서거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는 “프랑스로 유학간지 얼마 안돼서 급하게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빨리 한국에 가야한다고만 하고 (이유를) 얘기 안해줬다. 파리 공항에서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 1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글을 읽는 순간, 온몸에 수만 볼트 전기가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공항에 아버지가 나와 계셨는데 굉장히 작게 보였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내색도 못하셨던 것 같다.” 그는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심장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땅을 보면 어머니가 묻혀 계시지라고 잠깐 생각하면서도 바쁘게 (퍼스트레이디) 일을 했다”고 말했다. ◆ “안철수, 소통‧공감 잘해서 젊은층에 인기” 이날 방송이 ‘인간’ 박근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만큼 정치적인 질문도 피할 수 없었다. 박 위원장은 파트너와 짝을 이뤄 퀴즈를 맞추는 ‘스피드게임’에서 안철수 교수를 “젊은이들에게 인기 좋은 교수 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경규가 안 교수의 ‘인기요인’을 묻자, 그는 “소통과 공감을 잘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꿀피부, 하의실종, 매너손 등을 줄줄이 맞추며 ‘젊은 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제동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자 박 위원장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정치권이 노력하겠다. 정치권의 불신을 바로 잡으려 비대위를 출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제동이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장 인증샷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데 대해 “나도 지역주민들이 원해서 그렇게 하고 다녔다”고 했고,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을 비하로 강용석 의원이 고발한 것을 두고 “코미디이고 풍자인데, 정치권에서 반성하란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데 대해 “시비가 있다. 그건 역사와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 “앞으로 내 삶은 덤이다” 최종 꿈은… 그는 어린시절 꿈은 선생님이었다. 학창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외국어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이어졌다. 살짝 공개한 그의 불어 발음은 수준급이었다.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 꿈은 부모님의 연이은 죽음 이후, 궤도를 벗어난지 오래됐다. “2004년 테러를 당했을 때, 부모님이 그렇게 가셨는데 나도 이렇게 죽나보다 싶었다. 병원에서 조금만 깊었으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앞으로 내 삶은 덤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은 꿈을 위해 산다. 안거낙업(安居樂業)이란 말을 좋아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어느 학교를 나왔든 자기가 더 노력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제 목표이다. 모든 정치의 목표가 여기서 출발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최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