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1·15 민주통합당(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과의 4·11 총선 전쟁의 사령탑 승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상 초유의 두 여성 지도자의 전략 싸움은 침몰하는 한나라당과 분열하는 민주당을 누가 더 빨리 그리고 매끄럽게 정상 궤도에 올려놓느냐가 핵심이다. 인생의 상당 부분을 대통령의 딸로서, 재야여성 운동가 출신으로서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이제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또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박 비대위원장과 무죄로 마무리되어 가는 뇌물수수 혐의와 서울시장 선거 패배라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철의 여인’ 한 대표와의 정면 승부는 좀처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볼멘 목소리다. ◆ 1차 대전 4·11 총선 한명숙 대표의 최대 과제는 이제 4·11 총선 승리다. 원내 과반 의석이 목표다. 그러나 단 한번도 국회 최다 의석수를 얻지 못한 민주당을 어떻게 민심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통합 이후 꾸준히 지지율은 오르고 있지만, 전례 없는 한나라당의 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아직 한나라당과의 지지율에서 박빙을 연출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첫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민주통합당은 지지율 33.0%를 기록, 30.6%를 기록한 한나라당을 2.4%p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쇄신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반격을 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어떻게 방어하는지가 이번 총선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포함한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 대표 역시 공천혁신 등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전당대회의 여세를 몰아 이번 주 중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이달 중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총선 총력체제로 전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상 총선기획단은 연말이나 1월초에 구성됐지만 야권 통합 탓에 준비가 많이 늦어졌다"며 "총선 준비만 해도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고 말했다. ◆ 신선한 지도부, 선거에서는 과연? 이번 민주당 당 지도부의 면면의 살펴보면 친노 계열의 득세 속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 민주당 세력과 시민사회 세력이 골고루 분포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한 대표에게는 당 내 여러 통합주체 세력 간 갈등과 알력을 잡음 없이 조정하는 "조율사"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화학적 결합을 끌어내지 못하면 분열을 거쳐 자멸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민주당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얼마나 발휘될 것이냐가 선거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친노 계열로 분류되면서도 민주당 당적을 계속 이어온 한 대표가 아직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내 세력들을 화합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력만을 살펴봤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치의 핵심인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없는 한 대표가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올해의 험난한 정치 여정을 무리 없이 헤쳐 나가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평가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 한 대표가 총선 공천과 정책 혁신 등 정치적 돌파가 필요한 각종 현안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국회 의석 과반 확보 이외에도 한 대표는 원내 입성이라는 또다른 과제도 안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의 총선 불출마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 대표에게는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추가 과제를 받은 셈이다. 또한 2위와 3위로 선출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와 박선영 의원 역시 선거 전적이 아예 없거나 승률이 저조한 편으로 분류되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야권 우세 속, 한명숙 박근혜 이길 수 있나? 이번 4· 11 총선은 사상 첫 여야의 여성 수장간 맞대결이 펼쳐지면서 사활을 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야권의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가속도를 붙여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민주당의 방심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
여기에 한 신임대표는 ‘민주 대 독재’ 구도로 박 위원장과 맞결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합동연설회 때마다 “제가 독재와 싸우며 차디찬 감옥에 있을 때 그는 청와대에 있었다. 박근혜와 싸워 선명한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한명숙”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지지기반 확대의 주춧돌을 놓는 것도 한 신임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4월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는 물론 관심지로 부상한 부산.경남(PK) 선거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승패의 향배를 가를 젊은 세대의 표심을 껴안을 수 있도록 온ㆍ오프라인 정당체제를 구축하는 등 과감한 정당개혁과 정책 쇄신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한 후보는 다양한 세력의 지원을 받았고 특히 80만 시민의 직접 투표로 당선됐다"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양보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안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