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법원장은 작년 9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지명’ 소식을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들었다. 3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고 대법관에서 퇴임하자마자 변호사 개업대신 `훌쩍’ 산으로 떠난 것이다. 주변에서는 “100억 원을 포기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대법관 퇴임 후 ‘전관예우’ 속에 변호사로 벌어들일 돈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6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용훈 변호사에게 ‘대법원장’ 의사를 전했다. 이 변호사는 히말라야나 고향인 광주에 있지 않았다. 5년 전 대법관을 퇴임하고 서초동 법조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전관예우’ 속에 `갑부 변호사’로 변신해 있었다. 5년 동안 수임료 `60억 원’. 한 달 1억원 꼴이다. 거기다 `탈세’ 혐의까지 받았으니…. 노 정권은 이 변호사의 도덕성보다 전남 광주출신에 `진보’인 `코드’를 더 중시했겠지. 이 대법원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진보’의 깃발을 들고 ‘우리법연구회’라는 사조직을 감싸며 사법부를 이끌었고, 노 정권이 끝난 뒤에도 이명박 정부와 무려 3년 반 이상을 동거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법과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을 `여론재판’으로 전락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발상의 이 대법원장 하에서 사법부가 잇따른 `좌경판결’로 흔들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간 전교조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전주지법 형사1단독 진현민 판사)한 것은 상징일 뿐이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국회폭력 무죄 선고(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 MBC PD수첩 제작진 무죄 선고(서울남부지법 문성관 판사),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전교조교사 7명 해임처분 무효 판결(서울행정법원 한 승 부장판사), 전교조 시국선언 간부 4명 무죄 선고(전주지방법원 김균태 판사) 등 이용훈 사법부의 좌경판결은 하나 둘이 아니다. 문제의 판결을 내린 법관들은 대부분 `우리법연구회’ 소속이거나, 운동권 출신, 특정지역 출신들이다. 미디어법에 반대하며 국회시설을 불법점거, 파괴한 민노당 당직자들에게 공소 기각판결을 내린. 마은혁 판사(서울남부지법)는 1987년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민노련’ 핵심 멤버였다. 우리법연구회는 “북한을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고 한 박시환 전 대법관이 만든 조직이다. 박 대법관 역시 노무현 정권이 이용훈 대법원장 추천에 의해 임명했다. 그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퇴임직후 변호사를 개업해 22개월간 무려 19억 원을 벌어들인 갑부다. 이 대법원장은 박 대법관 등 우리법연구회 멤버들을 끼고 돌면서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인 이광범 부장판사와 김종훈 변호사를 각각 사법정책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2010년 고위 법관 인사이동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을 무더기 승진시켜 요직에 발령했다. `좌경판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범청학련 통일대축전’에서 폭력으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건에서 김동오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가 “피고인이 민족통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해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결했을 정도다. 경찰을 죽여 놓고 “통일 때문에”라고 하면 감옥에 안가는 세상이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의 작품이다. 국민들은 이 대법원 후임인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그 더럽고 치사한, 망국의 `전관예우’에서 자유롭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하다. 양 대법원장의 후배 법관들은 사법부 수장이 ‘전관예우‘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하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우리법연구회’의 ‘나꼼수’식 ‘도발’이 시작됐다. 그 선봉이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다. “뼛속까지 친미인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식의 공격에 이어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가카새끼’ ‘빅엿’같은 ‘욕설’이 튀어 나왔다. 개그맨 김제동, 단역여배우 김여진, 개그우먼 김미화의 버전이 사법부에 진화한 것이라고 비꼰다면 그들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다. 아니면 FTA로 개방이 불가피한 법률시장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누렸던 그 화려한 ‘전관예우’를 받게 되지 못할까하는 노심초사에서 우리법연구회가 들고 일어났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미 FTA를 체결한 노무현 정권과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왜 입을 “꼭” 닫고 있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 또 우리법연구회가 FTA로 흔들릴 ‘서민’들을 위한다면 회삿돈 300억원을 빼돌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준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의 판결부터 비판하고 나섰어야 했다. 300억원은 커녕 서민들이 단돈 ‘3만원’을 훔쳐도 서슬 퍼렇게 ‘유죄’를 선고해온 법원 아니던가? 진정한 진보 법관이라면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판사와 법원부터 비판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교육감 후보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교육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벌금 3000만원’으로 신병을 풀어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의 ‘화성인식’ 판결에 대해서도 ‘빅엿’을 날렸어야하지 않을까? 후보매수 혐의를 받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교육감이 서울 150만 학생들의 교육수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은 막았어야 했다. 임진년 벽두부터 우울한 소식뿐이다. 부산 일가족 집단자살도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 손녀딸의 ‘300만원짜리 명품 패딩겉옷 시비’도 짜증스럽다. 그러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그 진원지가 양심의 최후보루라는 사법부라는 사실에서 더 절망스럽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법원과 법관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한 대학교수가 판사를 향해 날린 ‘석궁’이 주제다. 광주의 시각장애인들을 성폭행-추행한 교사를 감싼 법관들을 질타한 영화 ‘도가니’에 이은 사법부의 수치 제2탄이다. 공교롭게도 ‘석궁’을 자초한 판결의 배석판사가 ‘가카새끼’ ‘빅엿’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다. 우리법연구회다. 석궁이나 도가니나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사법치욕에 해당된다. 국민들은 ‘전관예우’로 5년간 무려 60억원을 벌어들인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조용하던 우리법연구회가 왜 전관예우 혜택을 포기한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후 ‘나꼼수’식 도발 버전으로 표변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정말 한미 FTA로 치열해질 법률시장에서 ‘전관예우’가 사라질까 두려워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자물쇠로 채웠던 무거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일까? 새해 벽두부터 교육감후보 매수 혐의에 유죄판결을 내리고도 교육감직에 복귀시킨 법관들을 향해 ‘빅엿’을 날리고 싶은 기분이다. 오윤환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