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부 비상대책위원들과 친이(친이명박)계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비대위가 구성되자마자 ‘친이 실세 용퇴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최근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4·11 총선 서울 중구 출마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1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원색적인 비판을 가했다. 김 위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가서 자기가 내세운 소위 선거 공약 자체가 일반 서울시민들로부터 거부당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상돈 위원도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오세훈 전 시장이 출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MB정부 실세 용퇴론 대상에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여했던 인물들도 포함된다”고 나 전 의원을 비롯해 최구식·신지호·강승규·안형환 의원 등을 겨냥했다. 그러나 정통 우파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천 심사 자격도 없는 비대위원들이 특정 후보의 출마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김종인-이상돈 씨는 혹시 자신들을 1980년도의 국보위 위원 정도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라며 “소수의 몇 사람들이 모여 공천권을 행사하는 전근대적 정당체질을 개혁할 생각은 않고 이를 강화하면서 쇄신이라고 선전한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종용을 비판했다. 특히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1억 피부클리닉’ 폭로가 허위주장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는 ‘차차기 대선주자 나경원 내쫓는 언어도단의 비대위’라는 글에서 “나경원은 좌익들의 음해와 SNS작전에 의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억울하게 패했다”며 “이를 동정하고 나경원법을 만들어 차기에는 이런 음해 작전이 먹히지 못하도록 손을 쓰는 것이 먼저이지, 나경원법은 내던지고 나경원부터 때려잡으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논란과 관련해 한 네티즌은 “지금 한나라당에 나경원만큼 인지도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몇이나 된다고…”라며 “친이계만 죽이면 모든 게 다 된다는건가”라고 꼬집었다. 엄병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