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장고 끝에 5.16, 유신, 인혁당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그 당시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를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먼저 인혁당 사건 연루 가족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발했고 야당에서도 진정성을 보여 줄려면 실천에 옮기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사과를 접한 야권 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하자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했다고 까지 노골적으로 진정성의 격을 낮추고 있다. 보수성향의 지지들들 사이에서도 두 갈래의 평가로 나뉘었다.
보수진영의 한편에서는 사과를 하려면 진즉에 사과를 하여 진정성이라도 보여 줘, 조기에 진화를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시기적인 타이밍 미쓰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또 다른 시비가 있을 것이니 더 강한 어조로 기자회견을 했으면 적어도 보수의 결집만큼은 꽁꽁 묶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업적이 훨씬 많은데도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평가도 있다.
정권 쟁탈전에 출전한 상대 진영의 지지 세력은 박근혜가 그 어떤 진정성으로 사과를 했다고 해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선거 정국이라 더 그럴 것이다. 반박 세력들이 원하는 것은 박근혜의 사과가 아니라 백기투항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박 세력들이 박근혜의 진정성을 믿어 주거나 말거나, 또 다른 정치공세를 하거나 말거나, 일단 사과를 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단초는 마련한 것이다 . “국민들께서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는 말을 함으로써 인륜지간도 언급했다.
친박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근혜가 지난 한 달 동안 보여준 행보를 보면서, 또는 이번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까지 도달한 배경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박근혜의 책사들이 과연 누구냐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책사가 있기나 한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 참모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야 참모들 중에는 뛰어난 전략가도 있어야 하지만 이론으로 무장된 파이팅 넘치는 투사도 있어야 한다. 또한 정치적 셈법에 능한 건전한 재무설계사도 있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 하남 땅에는 대상인(大商人) 여불위라는 사람이 있었다. 여불위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농사를 짓는 게 이익입니까, 장사를 하는 게 이익입니까,” 아버지가 답했다. “농사가 10배의 이익을 가져온다면 장사는 100배의 이익을 가져 온다”. “그렇다면 왕을 돈으로 사오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묻자 여불위의 아버지는 “그것은 셈법하기 힘든 이익을 자져오게 되는 일이다”라고 답한다.
그 대답을 들은 여불위는 전 재산을 배팅하여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있던 진나라의 “자초”를 엄청난 재력으로 구해냈다.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고 장차 왕이 될 사람을 돈으로 산 것이다. “자초”는 후일 진나라의 장양왕이 되었고 여불위는 진나라의 상국이 되었다. 이재에 밝은 장사꾼 같은 사람도 그 사람이 현명함을 지녔다면 뛰어난 전략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선거판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올인 할 줄 아는 참모도 필요한 법이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후보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이런 입을 가진 이런 참모는 사라지고 없는 편이 차라리 낫다. 이튿날 후보자의 중차대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입도 귀도 닫고 숨죽이고 있어야 할 갓 임명된 참모가 마치 찬물을 끼얹기라도 작심한 듯, 임명장도 받기 전에 그 사이를 못 참고 술에 취해 욕설까지 한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고 말았으니 기자회견의 효과는 반감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불위보다도 정세 판단이 어두운 자칭 참모들은 자진해서 물러가는 것이 후보에게도 보탬이 되면 되었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이런 점을 알았을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재원의 대변인 임명을 잠정적으로 보류 시켰다. 뒤이어 김재원 대변인 지명자는 자진 사퇴했다. 참모라는 사람들은 입도 무거워야 하지만 냉철한 이성도 지니고 있어야 함을 새삼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