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자는 포장지만 보면 정말 맛있게 보인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면 형편없는 맛에 금세 실망감을 느낀다. 지나온 세월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찌 없겠냐만, 안철수 그도 그렇고 그런 사람이었다. 남들이 다했다는 다운계약서라고 대리인 내세워 사과를 한마디 한다고 이미 있었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문제가 불거졌다하면 사과만 하면 모든 것이 종결되는 것도 아니다.
“호프 콘서트”에서 사회를 본 김미화가 “이번 대선에서 완주 합니까“라고 물었다. "제가 지난주 수요일에 강을 건넜다. 그리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 안철수의 답변이다. 요즘의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는 가장 늦게 출발한 후발 주자답게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기고만장 할 만도 할 것이다. 최근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안철수는 아쉬울 게 없다, 뭐 하러 단일화를 하겠느냐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안철수는 지금 당장 투표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언제나 출렁이게 마련인 법, 초반에 잘 나가는 것이 말년에는 독이 되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안철수가 현재 까지 정책을 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보여주는 것이라고는 여기저기서 교수들을 불러 모아 소규모 포럼을 열며 난상토론만 하는 모습 정도다. 그러나 서당 훈장 같은 말은 번지르 하게 잘도 하고 다닌다. 새누리당, 민주당의 움직임을 살펴 본 후에, 사람들이 가장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0~2세 유아의 전면 무상 보육 폐기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했다. 0~2세 유아전면 무상 폐기는 이명박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고 나온 문제다.
비판을 하려면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이명박에게 직접 해야지 0~2세 무상 보육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치권은 왜 물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혹시 이명박과 짜고 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생긴다. 의심을 받기 싫다면 본인이 말만 하지 말고 정책을 내놓고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사나운 개가 온 동네 병아리를 물어 죽인다면 그 사나운 개를 묶어 두는 것이 먼저겠느냐, 아니면 병아리들에게 혁신으로 경쟁력을 키우라고 주문하는 것이 먼저겠느냐"며 안철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실체가 없는 혁신이라는 말을 정면으로 비판한 비유다. 그러면서 이혜훈은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부터 해야 그 다음에 성장도 되고 복지도 된다. 안 후보가 얘기하는 그런 혁신으로는 경제민주화도 이룰 수 없고, 당연히 균형되고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복지도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포장지는 아주 멋지지만 맛은 형편없는 일본 과자와도 같은 말이 안철수가 말하는 개혁이고 혁신인 것이다.
안철수 측근은 오늘도 라디오 방송에 나와 3자 회동을 재차 거론했다. 이혜훈의 해석은 달랐다 "B조 예선도 안 거친 선수가 A조 예선을 다 끝내고 결승에 나가 있는 선수한테 한판 붙자 하는 격과 뭐가 다르겠냐"며 "그런 제의를 하려면 B조 예선에 먼저 통과를 하시거나, 아니면 B조 예선에 아예 참가할 생각이 없다, 즉,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회동이란 대등한 자격자 끼리 마주 앉아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야권 지지세력은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는 반드시 단일화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성향 언론들도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만약 단일화가 된다면 “문과 안” 중에서 누가될지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토록 실체가 불분명한 그림자 후보까지 끼어 넣어 하는 회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안철수 본인의 입에서 공식적으로 “완주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은 채 “강은 건넜고 다리는 불살랐다” 라고 하는 이 말은 민주당에게 자신에게로 단일화를 양보하라는 압박용으로도 해석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끝까지 완주하면 한다. 안하면 안한다고 아주 쉬운 말로 간단하게 대답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강을 건너고 다리를 불살랐다”고 하는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말로 국민들을 현혹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안철수가 불살랐다고 말한 다리는 유방이 항우에게 쫓겨 파촉으로 도주할 때 삼협의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었던 그“잔도”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