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매포읍 평동리, 한 개인 주택 2층 전시장을 겸한 작업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홍신택씨(75세). 홍씨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은 쪽동백나무를 이용한 곤충.
25평 규모의 전시장에는 곤충뿐만 아니라 솟대, 핸드폰 걸이, 목걸이, 지게, 장승 등 10여년 작업의 결과물들로 빼곡하다.
하나의 일에 10년을 몰두하면 도가 튼다고 했던가? 처음 취미로 시작한 쪽동백나무 공예는 전문예술가도 울고 갈 솜씨로 발전하여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렇게 익힌 솜씨로 요즘은 충주효나눔복지센터에서 노인들을 위한 공예교실,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청소년을 위한 체험교실 등을 운영하며 쪽동백나무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전국 평생학습박람회에 단양군 대표로 출전하여 당당히 1등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쪽동백나무 공예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어쩌면 이 말이 홍씨로부터 비롯된 지도 모른다. 누구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라 홍씨가 처음 시작하여 주변에 전파시켰기 때문에 흔히 하는 말처럼 이 분야 원조이다.
매포읍에서 ‘매포서점’을 운영하던 홍씨는 60세 중반이 되던 무렵 수십 년 이어오던 생계수단을 접고 봉사활동을 길을 시작하였다.
반찬배달에서 어린이 돌보기 등 각종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소백산국립공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로 청소년을 지도하면서 나무를 이용한 공예활동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광릉수목에서 나무 목걸이를 만드는 것을 보고 ‘이거다!’하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나무공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가 10여년 쯤 전이다.
처음에는 이 나무 저 나무 다양하게 재료로 사용했으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쪽동백나무를 낙점하게 되었다.
쪽동백나무의 매력은 재질과 색감에 있다. 껍질은 짙은 잿빛을 띠고 있으며 속은 하얀 속살을 자랑한다. 나이테가 있어도 윤곽이 희미하여 방해되지 않으며 물기가 말라도 목질이 갈라지거나 터지지 않는다. 또 작은 가지로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목질이 연하면서도 치밀하다.
또 홍씨의 설명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큰 잎에 비해 작은 꽃을 피우는데 꽃이 작아 이름에 ‘쪽’자가 붙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으로 땔감 외에는 용도가 거의 없었는데 홍씨를 만나 드디어 빛을 보게 된 셈이니 쪽동백나무로서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쪽동백나무 외에 다릅나무도 함께 사용된다. 다릅나무는 속이 검고 겉이 하얘서 쪽동백나무와 대조를 이룬다.
처음 목걸이로 시작된 공예작품은 핸드폰 걸이, 솟대, 곤충, 장승 등으로 진화하였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곤충과 핸드폰 걸이다. 곤충의 경우 소백산이나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곤충이 대상이다.
뽕나무하늘소, 넓적사슴벌레, 고마로집게벌레,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하늘소, 딱정벌레, 무당벌레, 반딧불이 등 40종이 넘는다.
초보자 체험용으로는 핸드폰 걸이, 가방 걸이가 제격이다. 예술성과 체험 등의 장점이 있어 소백산철쭉제, 온달문화축제 등 지역의 각종 크고 작은 행사에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크다.
지난번 변산에서 열린 국립공원 전국 자원봉사자 대회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홍씨는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신나는 것이 작품 구상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창의력을 발휘하여 쪽동백나무 공예의 더 넓은 세계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타임스 단양 =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