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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지금 사이후이를 논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욕속부달이 필요 한 때,

25일은 새누리당 대권 예비후보들의 공중파 방송 합동토론회가 예고된 날이었다. 토론회는 오후 두 시부터 열렸다.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사회자로부터 긴급속보가 있다는 맨트가 나왔다. 알고 보니 청와대 발, MB의 기습적인 대국민사과문 발표 소식이었다.

날자와 시간이 묘하게 겹쳤다, 그 시간 공중파 3사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자들 간의 합동 토론회가 생중계 되고 있었고 , 전국망을 가지지 못한 종편은 기습적인 MB의 대국민 사과 발표 현장을 생중계할 정도로 기동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 운좋게 YTN만 생중계를 했던 것이다. 어쩌면 날자와 시간을 교묘하게 노렸을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매사가 이렇게 얍삽하게만 보이니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 전제 조건이란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그 진심을 담보 받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가급적이면 많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어느 정도의 진정성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MB의 사과문 발표는 형식에서나, 진정성에서나 모든 것이 부족했고 의도된 연출이라는 흔적이 역력했다. MB는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하면서 “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가 있다. 문제는 그 다음 구절에 있었다. MB는 그러면서 “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심기일전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 고 밝혔다.

문제의 단어는 사이후이(死而後已)에 있었던 것이다. “사이후이”라는 말의 뜻은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이다. MB의 임기는 이제 6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말을 든는 순간 MB의 사과문에는 과연 진정성이 들어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진행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대형 국책사업을 MB 정권이 착수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영실적이 우수하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인천국제공항의 일부 지분을 민간에게 매각하겠다는 사업이나, KTX 민영화를 시도하는 사업, 그리고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 등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해치우겠다는 의미로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말한다.

MB의 임기 동안 여섯 번이나 사과를 할 정도가 되었다면 뼈가 추슬러지게 반성해도 모자랄 터이고,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형님을 4년 전에 정계은퇴를 시키지 못했던 점, 그리고 최측근 최시중이나 박영준에게 머리보다 무거운 감투를 잘 못 씌웠던 점, 그리고 처갓집 가솔들을 잘 못 관리하여 부실저축은행의 먹이감이 되도록 방치하고 내버려 두었던 점, 그리고 자신의 회전문 안에 들어온 사람들만 골라서 요직에 기용했던 점, 등등 이런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통찰력 부족과 자신이 지닌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탓임을 솔직하게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이실직고 하면서 용서를 구해야 했으며 앞으로 남은 짧은 임기동안 죽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매사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는 것이다.

질책을 받겠다고 했으니 국민들이 질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MB 정권에게 필요한 것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사이후이”가 아니라 “욕속불달(欲速不達) 임을 알아야 한다. ‘욕속불달” 이라는 말의 뜻은 급하게 죽도록 일만 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즉 매사를 차근차근 신중하게 풀어 나가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 말의 뜻을 알았으면 제발 남은 임기동안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일랑 아예 접어야 한다.

통수는 불어도 세월은 가므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면서 제 잘난 척, 건건마다 얼굴이나 들이 내 밀어 참견하지 말고 그냥 쥐 죽은 듯 조용히 남은 임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MB정권이 택할 최선의 방도라는 것을 지적해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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