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우리 사회는 이미 ‘카메라의 시대’를 넘어섰다. 거리와 건물, 학교와 병원, 공공시설과 민간 공간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CCTV와 영상정보처리기기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카메라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수집되는 영상정보를 누가, 어떤 책임으로 관리하고 있는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분명한 문제 인식을 제시했다.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커진 이유로 단순한 해킹이나 기술 문제를 들지 않았다. 대신 생활 속 데이터 수집과 기록의 급증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수천만 대에 이르는 CCTV와 각종 영상기기가 일상 공간을 촘촘히 덮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더 이상 사후 규제나 선언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업무보고의 중요한 메시지는 방향 전환에 있다. 개보위는 특정 기기나 개별 기술을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사전 예방 체계를 확립하는 구조적 전환을 강조했다. 즉 “무엇을 설치했는가”보다 “누가 관리 책임을 지는가”를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영상정보를 더 이상 시설 관리의 부속물로 보지 않고, 상시적으로 처리되는 개인정보로 명확히 인식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제도가 바로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이하 ICQA)가 주관하는 국가공인 영상정보관리사다. 이 자격은 수많은 민간 CCTV 관련 자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비 설치나 운용 기술을 증명하는 자격이 아니라, 영상정보를 개인정보로 이해하고 법·제도에 따라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국가공인 자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공인된, 사실상 유일한 영상정보 관리 전문 자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 또한 크다.
이미 현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대형 시설과 관제 현장을 중심으로 이 자격을 취득한 실무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자격증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영상정보 관리가 더 이상 형식적 담당이나 겸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책임 영역이 되었다는 현실 인식의 결과다. 제도가 강제하기 전에, 현장이 먼저 필요성을 체감하고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공인 영상정보관리사의 진정한 의미는 ‘전문성’보다 ‘책임’에 있다. 이 자격은 묻는다. 영상정보를 왜 수집하는가,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 누가 열람하고 제공할 수 있는가, 언제 어떻게 파기해야 하는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설명하고 책임질 것인가. 이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보위가 강조한 책임 중심·사전 예방 중심의 개인정보 보호 패러다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앞으로 영상정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법적 분쟁은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해법은 카메라를 무작정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관리 체계의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국가공인 영상정보관리사는 그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전문 관리 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사고 예방의 출발점이자, 사후 책임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업무보고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선언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구조의 문제다. 감시의 시대를 관리의 시대로 전환하는 일, 그 출발점은 카메라의 숫자가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국가공인 영상정보관리사는 바로 그 전환을 현실로 만드는 하나의 구체적인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