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폭염 말고도 여의도 정치가 있다. 부산저축은행사건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의심케 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부패사건이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미끼를 던져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돈으로 신기루 같은 사업에 투자한다며 천문학적인 돈을 횡령하였다. 온갖 권력이 한통속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덤벼들어 수사를 했다면서 내놓은 결과는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투자했다는 사업마다 몇 천 억원씩 펑크가 나 있다면서 그 돈의 흐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업정지 직전 어마어마한 돈이 인출되었는데도 불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핵심 범인이 수사 직전 캐나다로 도주했는데, 그 도주 배경이나 강제송환에 대해서 누구 한 사람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검찰인지 묻고 싶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하자며 기세 좋게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증인채택문제를 놓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필요한 사람이라면 증인으로 부르는데 무슨 성역이 있단 말인가. 여든, 야든,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모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괴롭혔다면, 증인 채택을 주장한 정파가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영국 의회가 미디어 제왕 머독을 물러 도청의혹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다 불러 조사해야 한다. 이번 정권이 밝히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밝혀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더 큰 재앙을 막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때, 한 여성 승려가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가로막았다. 터널이 지나는 천성산 위의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이유였다. 이 사태로 1년 반 이상 공사가 지연되고 그로 인한 경제손실이 수 조원 발생하였다. 지금 그 산의 도롱뇽 서식지는 온전하고 생태계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한다. 가로막은 당사자도, 그 행동에 동참했던 그 많은 정치인들도 아무 말이 없다. 현 정권 들어서서 쌍용차 사태가 발생했다. 한 사업장의 분규가 울타리를 넘어 정치, 사회문제로 변질되었다. 여기에 앞장선 것은 바로 정치인들이었다. 일부 정파와 여기에 편승해 무슨 이익을 보려는 정치인들이 자율로 해결해야 문제를 키우고 키워 아무도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모든 희생과 고통을 회사와 노동자들이 떠안고 노사는 바닥에서부터 다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게 되었다. 어느 정치인 한 사람 반성하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폭염이 짓누르는 오늘 우리는 똑 같은 모습을 다시 보고 있다.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은 노사문제이다. 어떤 정치인은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나선다면 노조 요구를 누르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필경 회사를 압박해 노조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그 회사가 부도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회사가 어디 그 하나뿐인가. 또 대통령이 무슨 수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단 말인가. 특정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고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까지 가세해 분규가 반년이나 끌다가 결국 노사합의로 타결되었다. 회사에 얼마나 큰 타격이 왔는지, 노동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거기 가세한 정치인들이 그 희생과 고통을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상급노조 간부 한 가람이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고, 그 곳을 향해 ‘희망버스’라는 이름의 시위를 추진하는 모양이다. 부산 시민들은 이 시위를 저지하겠다고 야단이다. 그 버스에 무슨 희망이 있는지, 정말 자신 있는 사람이 나서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다 지나간 낡은 이념의 미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할 일이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반대세력들의 저항으로 표류하고 있다. 1조원 가까운 사업비의 국책사업이 중단되면서 하루에 수 십 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평택미군기지 건설 사업 때도 극렬한 반대투쟁으로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국민이 떠안아야 했던 악몽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이 간판을 내리면 모를까,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결국 이루어질 것이다. 또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부담을 지우고 이 사태가 막을 내릴지 답답하기만 하다. 반대세력들은 평화를 내세운다.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고,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어떻게 평화의 이름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도발세력이나 잠재적 위협에 굴종하는 것이 평화라면 그들의 말이 옳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런 길을 갈 수 없다.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지킬 힘을 키울 때, 진정한 평화의 길은 열린다. 보도에 의하면 제1야당을 포함한 야5당이 현장에 평화캠프를 세우고 반대투쟁에 나선다고 한다. 참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폭염에 지친 사람들은 한줄기 소낙비를 기다린다. 갈 길은 먼데 앞을 가로막는 이 짜증나는 정치를 씻어낼 소낙비는 언제 쯤 내릴까.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희망의 정치가 열린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견딘다. 이인제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