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신문 2012년 11월 3일자에 특별기고한 내용
2008년 2월 25일,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바람을 업고 48.7%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던 이명박 당선인이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선거운동기간 중 이명박 후보는 △불교문화전승 주력 △불교문화재 보존 △불교 관련 규제법 개정 △종교편향 근절 약속 △남북 불교 교류지원 △10·27법난 특별법 제정을 통한 불교계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추진 등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하며 불교계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공약하였던 불교정책이 집권이후 어느 정도 실천되고 완성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당연히 필요하다. 불교계 역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지난 5년의 주요한 정치적 사건과 정책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국립공원제도 개선 촉구
1967년 정부는 ‘공원법’을 제정해, 불교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천년고찰의 수행문화와 역사를 지닌 전통사찰 경내지를 공원으로 지정했다. 강제로 개방시켜 관광개발 사업을 벌여 온 셈이다. 총무원 기획실에 따르면 육상국립공원지역 중 조계종 사찰 소유지가 8.8%(33만4382㎢)에 이르고, 이를 “국가가 상수도관이나 송전탑, 기지국 설치 등을 목적으로 사유지를 임차할 때 지불하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연간 1689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국가 법령에 의한 공원내 사찰의 사유권 및 관리권 침해는 또 하나의 종교차별로 볼 수 있다. 불교계는 문화재 보존 관리의 합리적 방안 마련과 전통문화 계승 발전의 헌법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국립공원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하였다.
4대강 사업과 화쟁위의 사회갈등 중재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선거 공약으로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내세우자,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계종 중앙종회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였으며, 조계종 환경위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현실정치와 사회문제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전국선원수좌회는 이례적으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였으며, 4대강 반대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입적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4대강 사업이 국가적 논란으로 등장했지만 일방의 목소리만 존재하고 편견 없이 이를 듣고 중재하는 단체는 없었다. 사회갈등의 중재자이자 소통의 매개자로 불교계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섰다. 중립적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대립과 갈등 해소에 기여하고 사회적 소통과 공동선 실행을 위하여 불교계는 ‘화쟁위원회’를 결성하였다. ‘화쟁위원회’는 특히 정부와 여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찬성과 반대 입장 간 대화와 소통을 중재하였으며,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적 논의 기구를 공론화하도록 노력하며 사회적으로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일방적 예산 통과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개월째 진행된 불교계의 노력이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예산안 통과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2002년 월드컵때부터 문화관광사업 차원으로 불교계에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던 템플스테이사업 예산이 일부 기독교 단체의 특정종교 지원 사업이라는 비방을 빌미로 전면 삭감되었다.
팔공산 역사문화지구 계획 무산과 KTX 울산역 통도사 부기 번복 등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책에 이어 민족문화를 홀대한 국가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자, 불교계는 정부 여당과의 소통을 중단하고 정부 여당 인사의 출입을 제한하였다. 경색된 대정부 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에는 6개월여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종교본연의 자세가 무엇인지 그리고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한 활동을 향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던 불교계로서는 자성과 쇄신의 결사를 집중하는 기간이었다.
증오범죄방지법 제정 요구
국민에게 희망을 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해야 할 종교계가 종교 간 갈등, 정부와 대립 등으로 오히려 국민들에게서 지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대표 지도자들은 이를 반성하며 일치된 한 목소리로 ‘증오(혐오)범죄방지법’이 제정되기를 강력히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직접 ‘증오범죄방지법’ 제정을 통한 종교간 평화와 화합을 제안하였다.
미국에서는 한 해 7600여건의 증오범죄 중 인종적 편견에 근거한 것이 70%, 종교적 편견에 관한 것이 18%에 다다르며, 종교적 편견 범죄 중 타종교의 종교시설 방화 사건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러한 종교나 인종 등의 편견으로 비롯되는 폭력을 금지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증오범죄방지법’이다.
“다문화 다민족 다종교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인종 문화 종교 그 밖에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 또는 혐오로 인한 사회적인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종교지도자들의 주장에 정부와 정치권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향적 검토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공원법과 전통사찰법 개정
불교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공원문화유산지구’ 신설을 골자로 한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어 자연공원 내에 위치한 전통사찰과 문화재보유사찰의 신축·증개축 어려움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자연보존에만 치우쳐 있던 기존의 입장을 벗어나 사찰의 역사와 문화성을 인정하고 사찰을 배려하여 불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사찰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통제 조항을 전면 삭제하여 불교의 자주성 확립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규정도 명확하게 정비하여 전통사찰의 보존과 관리 활용에 대한 지원이 불교에 대한 특혜라는 일부의 우려를 종식시키도록 하였다.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고 종교간 평등을 실현하고자 한 불교계의 자주적이고 지속적인 의지 표현은 정부로 하여금 전통 문화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변화로 나타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