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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과 안철수의 웬 밀약설?

안철수는 자신의 거치를 분명히 해야

다른 선진국들의 정치 지형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의 앞날을 미리 예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적인 변수가 불쑥 나타날지 귀신도 모른다. 그 이유는 때로는 담합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밀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밀실정치, 비밀정치가 횡행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말이 좋아 밀약이나 협약이지 스스로 공개되지 못하고 떳떳치 않는 곳에서 그들만의 정치협상은 야합에 불과하다.
이 모든 행위는 권력을 나눠먹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진실보다는 소문이 더 빨리 전파되고 진실보다는 소문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묘한 속성도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소문보다 더 빠른 곳도 있다. 바로 주간지가 그렇다. 주간한국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극비리에 연대 합의설을 이미 마친 것으로 보도했다. 민주당 대권 후보자 결정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최종 승리를 하게 되면 안철수가 적당한 시점인 10월 중순경에 검증 기간도 최소화 시킬 겸, 민주당에 입당을 해서 본격적으로 최종 대선레이스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권 최종주자는 물론 안철수가 당연히 되어야 하며 문재인은 양보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밀약설에 감춰진 핵심내용이 포커스다. 이해찬이 안철수에게 제시한 내용은 권력 나눠먹기에 대한 구상에 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총리중심의 내각이 국정을 운영한다는 실질적인 권력 분산형 정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인데 여기까지가 주간한국이 보도한 내용이다. 주간한국은 분명한 취재 소스가 있었기에 이런 기사를 내 보냈을 것이다.

밀약설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뜻이 담긴 말이다. 왠지 음침하고 음흉한 느낌이 연상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든, 소문에 근거한 것이든 간에 이런 밀약설이 떠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문재인을 제외한 다른 민주당 경선 주자들을 핫바지로 만들어 “경선 쇼”에 들러리 역으로 격하시켜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모멸감을 느껴야할 문재인 외 다른 주자들은 이 보도를 접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런 말이 없다. 다른 주자들이 조용한 것을 보면 어쩌면 문재인외 다른 후보들과도 사전에 짜 맞춘 각본인지도 모른다.


안철수와 이해찬의 밀약설은 문재인과 이해찬 간의 또 다른 밀약일 수가 있다. 지난 4월 이해찬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전에 당 대표는 이해찬이 해야 하고 원내대표는 박지원이 해야 한다고 했다가 당 내외로부터 담합으로 몰려 비판을 받은 적도 있고 문재인은 이들의 담합을 단합으로 표현하여 당 내외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은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해찬과 문재인의 긴밀도를 엿보게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해찬은 5월에도 안철수와의 공동 정부를 언급했고 뒤이어 방송기자 클럽토론회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해찬의 이런 언급들을 보면 이해찬과 안철수 간에는 밀약이든, 담합이든, 야합이든, 그 성격이 무엇이든 간에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하게 비밀 접촉을 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안철수는 공개 출마 선언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묘한 제스쳐를 써가며 민주당이 밥상을 차리도록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추측마저 가능하게 한다.

아직까지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행보는 마치 대권 후보처럼 행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일개 대학교수 한 사람에게 대변인이 존재하고 측근이라는 세력이 존재하며 조만간 비서실장도 존재할 것이라고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 대학에서 특정인 교수에게 이런 조직이 있을까. 대학교수 주변에는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만 있으면 충분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만약 이해찬과 안철수 간의 밀약설이 사실문제로 부각되면 그동안 안철수가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자신의 논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 그에 상응하는 후가도 감내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만한 맷집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비록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문제가 정치권 전면에 부상한 탓에 약간은 가려져 있지만 안철수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면 안철수도 큰소리칠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이 최근 불거진 몇 건의 사례에서 이미 나타난 바가 있다. 세가 불리하면 뛰어봐야 벼룩이라는 말이 있듯이 종국에 가서는 최종적으로 민주당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송두리째 독상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안철수 역시도 여의도에 기생하는 여타 정치인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평가절하를 받게 될 것이다.

안철수는 엊그제 “두개의 문”이라는 독립영화를 봤다고 한다. 영화 한편을 감상했다고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고 떠들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영화 한편을 보면서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는 황당한 주장에 코웃음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안철수가 봤다는 그 “두개의 문”중 한쪽 문은 민주당의 이해찬과 통하는 비밀 통로일지도 모른다. 주간한국의 보도가 두 사람만의 밀약인지, 밀회인지 앞으로의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주겠지만 아니 뗀 굴뚝에서는 괜히 연기가 나지 않듯, 왠지 매우 얍삽하게 보여지기도 하고 치졸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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