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박근혜 후보 기고 전문
2012. 11. 13.
『동북아시아를 위한 평화계획: 한중일간 협력을 위해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A Plan for Peace in North Asia:
Cooperation Among Korea, China, and Japan
Needs a Correct Understanding of History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지금 세계는 걱정스런 눈으로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 역사와 영토 갈등의 동시다발적 분출, 그리고 군비경쟁의 가속화 등 불안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경제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아시아는 그 어느 때 보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 동안 고속성장과 개방적 협력을 통해 부상하는 아시아(rising Asia)가 갈등과 대립의 아시아(clashing Asia)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아시아의 패러독스”(Asian Paradox)라고 생각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조속히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애물이라고 믿는다.
특히 최근 동북아의 갈등은 자칫하면 오랫동안 쌓아 온 우호관계를 일거에 깨뜨리고 더 나아가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동북아가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고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나는 최근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하기위한 방안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나는 동북아에서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경제협력의 심화, 그리고 상호보완전인 인간안보 증진 등의 방안들을 성공적으로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록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적 배경과 안보 상황은 다르지만, 냉전 당시의 갈라진 유럽이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신뢰구축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유럽으로 통합된 것처럼 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들도 예방 외교와 실질적인 다자안보협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를 촉진 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들은 무엇일까? 나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한 3개의 중요한 요소들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해관계국들의 새롭고 담대한 사고, 한중일 3국간의 진정한 “대 화해” (grand reconciliation), 그리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될 경우, 한중일 3국은 뿌리 깊은 불신과 끝없는 대립을 뒤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더 중요한 이유는 관련국들 간의 관계 정상화 이후 보기 힘들 정도로 양자관계들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동북아의 대 화해를 위해서는 동북아 국가들 간의 올바른 역사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이 함께 “대 화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용기 있는 반성도 유럽 화해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그가 1970년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참회했을 때, 유럽은 화해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고, 마음속으로 하나가 되었다.
동북아에서도 화해를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성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종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들로 인한 피해국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존경받는 아시아의 지도적 국가로 환영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동북아가 안고 있는 다양한 역사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열린 민족주의를 통해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인류보편적인 가치의 존중과 민주적 거버넌스도 매우 소중한 요소들이다.
동북아 국가들이 역사적 걸림돌들을 실질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경우, 보다 본격적인 한중일간의 트로이카 협력을 촉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련국들의 자본, 기술, 인력, 그리고 혁신적인 사고를 결합할 때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다. 그럴 경우, 아시아와 국제사회가 동시에 안고 있는 다양한 현안들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동북아 국가들이 기후변화, 테러, 핵확산과 핵안전, 굿 거버넌스 등의 글로벌 이슈를 위해 노력할 때 국제사회는 동북아를 더욱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녹색기후기금” (GCF)이 동북아의 관문인 인천 송도에 설립되는 것도 책임 있는 동북아를 실현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에 불거진 아시아의 문제들로 인하여 미국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역할은 이 지역 평화와 번영에 핵심적인 요소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재 갈등과 대결의 동북아에서 협력적이고 책임 있는 동북아로 전환하기 위해서 미래지향적인 미중관계는 더 없이 중요하다.
나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이 상충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투명성의 확대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동북아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밀접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극복하는데 있어 또 하나의 핵심적인 요소는 한반도에서의 불신과 대결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북한 문제의 해결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비핵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 등을 북한 지도자에게 강력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협력적인 미중관계와 한중일 트로이카 협력 그리고 한국과 주변국들과의 우호적 관계 등은 북한과 국제사회간의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튼튼한 안보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유지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실질적 변화이다. 한국과 주변국들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내외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협력해야 한다. 국제적 경험이 있는 북한의 새로운 리더십도 전 세계적인 변화의 추세에 발맞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최근 미얀마 (WSJ에서는 Burma라고 표기)가 의미 있는 정치적·경제적 개혁을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동시에 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올바른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잇는 새로운 신뢰의 다리를 건설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그릇된 선택은 엄청난 고통을 초래할 뿐이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세계 유일의 냉전의 고도인 한반도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일련의 변화야 말로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북아를 구축하며, 새로운 아시아 시대를 여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