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는 올초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왔다. 원구성을 비롯해 쌀직불금 파동, 한미FTA비준안, 예산안 등 여야는 사사건건 대치를 거듭해 왔다. 결국 갈 길 바쁜 정부여당은 이번에도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 14일과 18일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데 이어 한미FTA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면서 여야 대결은 극단으로 치달았고, 지난 19일부터 22일 현재까지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쟁점법안 연내 처리를 "천명"했던 한나라당은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강경 기류에 일단 한발 물러서 오는 25일까지 휴전을 선언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얘기지만 야당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날 민주당 등 야당은 정무위, 행안위, 문방위 등에서 점거농성을 이어가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봉쇄하고 있고, 10여개의 상임위는 개회조차 못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국회 전쟁"의 원흉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규정 있는 데다 여당의 사과, 재발방지 등 여야간 공전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여야간 대화나 타협은 녹록치 않아보인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현 상황을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화·협상의 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내걸며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치는 등 정국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대체적 기류다. 언제든지 "강공"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제2, 제3의 여야 정면충돌 등 정국 한파가 장기화 될 전망이어서 갈 길 바쁜 정부여당의 발목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 계파갈등은 "시한폭탄"과 같아 혼란스런 정국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이미 추경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친박계의 외도를 경험한 바 있는 데다 현 정국 한파 속에서 친박계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로선 계파갈등은 경계의 대상이다. 때문에 친이계는 되도록 친박계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분위기다. 친박쪽에서도 "이렇다 저렇다" 말도 하지 않고 표면적으로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올초부터 제기된 박근혜 전 대표 총리설에 이어 "대북특사설", 최근에는 "박근혜 역할론"이 친이계 주류 중심으로 언급됐지만 거듭해 무위로 그치면서 친이계 신뢰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친박계는 "그럼 그렇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체 없는 역할론"만을 떠들고 나섰기 때문. 일부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역할론"을 "박근혜 흔들기"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친박계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뢰상실이 반복될 경우 "이명박-박근혜" 신뢰 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이 급부상할 즈음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역할론"이란 말은 좋지만 아무것도 없는 역할론으로 들이대면 오히려 오해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처럼 대선이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관계개선을 놓고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귀국은 계파갈등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이 전 의원의 귀국설"에 대해 "친박과의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친박계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는)지금 완전히 무장 해제하고 있는데, (이 전 의원이)들어온다면 이쪽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이)"2차 작업"(친박연대 죽이기)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계파 갈등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그러나 현재로선 친이-친박간 서로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모양새다.(네티즌포럼 시나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