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합창하는 입버릇이 하나가 있다. 검찰이나 수사기관에서 부정한 돈을 수수한 혐의가 있어 수사에 착수할라 치면 언제나 “나는 하늘에 맹세코 부정한 돈을 절대 받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추임새도 곁들인다. 이들 뒤에 따라 다니는 추임새는 언제나 그렇듯, 표적수사, 보복수사, 정치검찰이라는 고정 메뉴들이다. 이런 주장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야당의 고유명사였다. 하지만 검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이상득도 그랬고 , 정두언도 그랬으며 , 최시중도 그랬고, 이제는 박지원도 똑같은 앵무새의 반열에 동승하고 있는 중이다. 박지원은 심지어 생명까지 담보를 잡혔다고 무지막지한 철조망 까지 내리쳤다. 그러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개혁해야 할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적반하장 행위를 하고 있다” 면서 검찰이 근거도 없이 소환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해찬의 말대로 과연 검찰이 근거도 없이 무조건 소환 했을까. 우리나라 검찰의 특이성으로 볼 때,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시로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가방 끈이 떨어져 가는 정권말기가 되면 언제나 예외적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검찰은 참으로 묘한 특성이 있다. 정권이 한창 잘 나갈 때는 이런 저런 눈치를 보다가 정권의 임기 말이 다가오면 검찰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검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상한 주특기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그동안 국민들 눈에 익숙해져 왔던 우리 검찰의 모습이었다. 역대 정권의 몰락 과정을 보면 보다 더 명료해 짐을 확인할 수가 있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97년 김영삼 정권의 수명이 다 되어가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소통령으로 불러지기도 했던 김현철을 땡그랑 하고 구속을 시켰다. 물론 한보 사태의 진원지였기 때문이었다. 또 있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 년도는 김대중 정권의 마지막 임기 시즌에 접어드는 해였다. 이때도 소위 홍삼트리오라고 회자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인 김홍업, 김홍걸 등을 알선 수재혐의로 철커덕하고 구속시켰다. 우리의 검찰에게는 이런 특성이 있었던 것이다. 봉하대군을 구속시킨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지금 희미한 촛불이 되어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마지막 차 년도인 올해는 만사형통이자. 영일대군마저도 구속시키는 검찰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이해찬이 말한 표적수사. 보복수사, 등 이런 상투적인 겉포장은 정권 초기라면 몰라도, 정권 말인 지금에서는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는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그래서 이해찬의 주장은 억지 춘향이와 같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검찰의 확고한 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몰락한 저축은행의 대표들로부터 억대의 금품 수수를 받았다는 박지원의 혐의에 대한 물증 입증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검찰이 소환을 요청하고 있는 박지원의 신분을 보면 참고인도 아니고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성 피의자” 신분이라고 하니 박지원이 아무리 생명을 걸고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을 해도 돈을 줬다는 사람으로부터 꼼짝할 수가 없는 증거가 나온다면 박지원의 항변은 휴지 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득도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는 결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며 정두언 역시 결단코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검찰에 출두했지만 검찰에서 수사가 끝난 후에는 이 두 사람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뒤바뀌어 지기도 했다. 그 결과 이상득은 구속이 되었고 정두언에게는 체포동의서가 발부 되었던 것이다. 박지원 역시 지금은 큰 소리 땅땅 치고 있지만 검찰에 출두하여 수사를 받고나면 이상득과 정두언이 밟았던 과정을 똑같이 밟게 될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꼼수와 잔수에 능한 이해찬과 박지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극열하게 저항을 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할 방법도 딱히 없을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부실 저축은행이라는 고구마 밭을 한번 캐보니 씨알이 줄줄이 올라온다. 엮여도 참으로 많이 엮여 있다. 여기에 엮인 사람은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가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박지원도 마찬가지다. 박지원이 목숨까지 걸 정도로 그렇게 당당하다면 자진해서 검찰에 나가 수사를 받아 본인의 정당성을 입증해서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의무가 박지원에게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적어도 퇴출된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검은 돈이라면 헌법보다도 더 상위개념인 서민정서법을 건드린 역린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똑같은 장면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았고 학습도 많이 한 장면이 있다.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혀진 정치인 치고 “내가 받았소이다” 라고 당당하게 고백한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 뱉는 말은 “ 나는 결코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검찰에서 모든 것이 밝혀 질 것이다. ” 이런 녹음테이프 같은 소리들 뿐 이었다. 그러니 박지원의 소리도 녹음테이프로 들린다는 것이다. 정권의 임기 말만 도래하면 언제나 우뚝 선 검찰의 참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기이한 특성을 가진 우리 검찰이 빼낸 칼을 박지원은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차원에서라도 받아야 한다.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라면, 이해찬은 잔머리를 굴리며 요상한 거친 말로 박지원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등을 떼밀어서라도 박지원을 검찰에 보내야 한다. 적어도 박지원이 그동안 함부로 무지하게 내뱉었던 수많은 말들을 기억해 보면 적어도 박지원에게는 검찰의 소환에 응해야 할 자격은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만약 박지원이 검찰의 소한에 응해 자진해서 제 발로 걸어 나간다면 이런 부탁을 하고자 한다. 기왕 검찰에 나가는 김에 검찰에 가서는 박지원의 그 입 까지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오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박지원의 말을 믿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기억하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