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1970년대 불조심을 예방하는 포스트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아야 하지만 타오르는 불도 역시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더욱더 중요한 것은 아예 불씨가 될 만한 요인들을 사전에 싹을 자르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일 것이다. 불조심은 언제나 철저하게 해야 할 일지만, 허울이 멀쩡한 사람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도 언제나 예방을 잘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뽑아 놓고 나서는 국민들은 언제나 속았다고 후회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직이란 막중한 자리라면 특히 더 그렇다. 언제나 땅을 치고 후회를 하기가 다반사였다, 늘 이런 식으로 대통령 뽑았다. 이명박은 서울시장을 지냈다. 대통령 자리도 노릴만한 자리였다. 그래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절실히 필요했다. 건설사 CEO 출신답게 빨리 빨리의 원칙을 동원하였다. 별다른 수단은 필요 없었다. 파고 뒤집고 헤집으면 되는 일 이었다. 콘크리트 시멘트를 실은 레미콘 차가 셀 수도 없이 서울을 헤집고 다녔다. 그 결과 콘크리트로 도배가 된 청계천이 탄생했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계천 하나로는 부족했다. 뭔가 하나는 더 있어야 했다. 아이디어는 서울 시민의 발에서 착안했다. 뜯어 고쳤다. 버스 노선의 대대적인 개편과 환승제도였다. 이명박은 이 두 가지의 가시적인 성과로 인해 대권 도전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국민들은 막중한 기대를 이명박에게 걸었고 해결사의 역할을 충분하게 해 낼 것으로 철썩 같이 믿고 500 만여 표 차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대임을 맡겼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로부터 예외 없이 “속았다” 라는 말들이 속출하고 있는 중이다. ‘속았다’ 라는 말은 ‘사기를 당했다’ 라는 말과 같은 동의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도 2007년과 똑 같은 착시현상에 다시 직면해 있다. 착시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뜻은 또 다시 사기를 당할 찰나를 맞고 있다는 뜻과 같다. 이번에 등장하는 인물은 비밀주의와 신비주의로 가득한 안씨 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2030세대를 교묘하게 현혹시키는데 있어 매우 비범한 재주를 지닌 아주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요주의 인물에 속하는 사람이다. 젊은이들이 자주 시청하는 “무릎팍 도사”라는 오락 프로에 출연하여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 자신이 마치 20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전도사인양 그가 헤집고 다닌 곳은 언제나 대학교 강당이었고, 청중들은 언제나 20대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것 하나로는 2%가 부족했던지 이번에는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발간하고 또 다시 “힐링캠프‘라는 오락 프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녹화 과정에 몇 번의 리허설이 있었는지, 또한 몇 번의 편집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방송된 내용은 철저하게 좋은 장면만 골라내어 송출했을 것이다, 이명박도 두 개의 이미지를 잘 포장하여 대통령이 되었듯, 안씨 역시 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 업을 시키는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미지와 콘탠츠는 그 뜻이 확연히 다르다. 안철수의 책에는 자신만의 컨텐츠는 보여주지 못했다. 죄다 여기저기서 떠도는 공자 말씀만 주워 담아 가공한 흔적이 역력했다. 무릎팍 도사와 힐링캠프를 통해 이미지를 덧칠 하는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컨텐츠의 한계를 보여준 것은 그는 결코 정치가 본업이 될 수 없음을 확인만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20대의 젊은이들에게 환호를 받는 대상에 오른 면면들은 대개가 스타 연예인 아니면 선동가들뿐이다. 연예인들이야 하나 정도의 확실한 끼가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선동가가 가진 끼라고 해봤자 달콤한 사탕발림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화술뿐일 것이다. 치밀하게 각색한 대본을 가장 치밀하지 않게 자연스레 드러내는 기술을 선동가들은 보유하고 있다. 선동에 능한 기술자들은 언제나 고민하는 형상을 보여주고 언제나 아픔을 공유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연출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젊은 세대들은 현란한 가식의 이미지에 속아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쳐 줄 것이다. 마치 메시아가 현세에 재림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니 언제나 속임을 당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증을 말하지만 이미지에는 검증이 없다. 검증은 컨텐츠에만 있는 것이다. 인생길 고비 고비를 넘어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에 잘 속지를 않는다. 인생 경험의 축적이 중량급에 달한 세대들은 이런 사술(詐術)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오락프로에 출연하여 인기를 얻은 사람을 택한다면 우리나라의 대통령 감은 지천에 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복숭아가 한 달 정도 이르게 시장에 나왔다. 지나가던 행인이 겉모습을 보니 아주 잘 익은 듯 맛있게 보여 지갑을 열어 몇 개를 사왔다. 입 속에 들어간 순간, 그 복숭아의 맛은 쓰디 쓴 매우 설익은 상태였다. 이 행인은 불그스럼한 복숭아의 이미지에 속은 것이다. 그래도 이명박에게는 청계천이나 버스노선 개편이라는 확실한 물증 정도는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지금와서 보니 우리가 속았다고 말하고 있다. 안씨는 진보파냐, 보수파냐고 물으니 상식파라고 말 한다. 이쪽이라고 말하자니 저쪽의 공세가 겁이 나고 저쪽으로 말하자니 이쪽의 공세가 부담스럽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답변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류의 사람을 회색이라고 부른다. 어느 날부터 인가 MB도 느닷없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실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쪽이나 저쪽으로부터 욕을 먹기 싫어 회색을 선택했을 것이다. 검정색과 흰색을 배합하면 회색이 된다. 회색은 말 그대로 사기성이 농후한 색상인 것이다. 이미지에 속임을 당하는 일은 한번만으로 족한데도 그동안 판판이 속임을 당해 왔다면 이제는 항체가 생성될 때도 되었다. 강한 항체의 생성은 잡균성 바이러스 정도는 거뜬히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CEO를 지낸 어딘가 닮은 듯한 두 사람의 이미지, 자나 깨나 불조심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